[칼럼]급성 간부전과 간이식

도움말: 경희대학교병원·후마니타스암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김범수 교수

▲ 경희대학교병원·후마니타스암병원 김범수 교수

화제를 모으며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닥터 차정숙>에는 평범한 가정주부로 일상을 이어가던 주인공(엄정화)이 급성 간부전으로 한 달 만에 간이식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유일한 적합자인 남편(김병철)이 간이식을 거부하면서 뇌사자에게 간이식을 받는 내용으로 전개되는데, 현실에서도 가능한 이야기일지 궁금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급성 간부전 환자, 응급도 높아
어떠한 원인이든지 간세포 손상이 발생해 간수치 상승, 황달 및 간성혼수 등이 발생하는 경우를 급성 간부전이라고 한다. 보존적 치료, 내과적 치료에도 간기능의 호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즉각적인 간이식을 해야 한다.

바이러스성 간염(만성 B형간염, 만성 C형간염 등)이 있다가 갑자기 악화하는 경우도 있으며, 약물성 간염(아세트 아미노펜), 음주, 한약 및 각종 정체를 알 수 없는 건강보조식품 등이 간기능 부전의 급성 원인이 될 수 있다.

만성 간질환이 없는 급성 간부전 환자는 대기 시, 응급도가 높은 순위에 위치한다. 뇌사자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면, 만성 간질환은 바이러스성 간염(만성 B형간염, 만성 C형간염 등) 및 알코올성 간경변증, 자가면역성 간염, 경화성담관염 등이 만성적으로 진행돼, 복수, 황달, 정맥류 출혈 등 합병증이 나타나게 되면 간이식을 시행한다.

혈액형이 같아도 달라도, 간이식 가능
간이식은 혈액형이 같은 만 16세 이상 55세 미만의 건강한 경우에 가장 적합하다. 생체 기증자의 경우 B형 또는 C형 간염, 성병 등과 같은 전염성 질환과 고혈압, 당뇨 등 전신 질환이 없어야 한다.

간에 심한 지방간 및 염증이 없고, 간의 크기와 모양이 기증에 적합하며 해부학적 변이 등도 없어야 한다. 혈액형이 달라도 간이식이 가능하지만, 수술 전 수혜자에게 거부반응 없이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탈감작요법을 시행해야 한다.

생체 간이식을 준비하면서 적절한 기증자가 없다면 동시에 뇌사자 등록을 해야 한다. 이식 대기자 정보는 뇌사 추정자가 발생했을 때, 응급도에 따라 가장 적절한 대기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응급도는 의학적 수준에 따라 1에서 5등급과 멜드 응급도 점수가 있는데 보통 가장 위급한 환자에게 간을 기증받을 기회가 주어진다.

기증자는 간의 65% 절제, 6~8주 후 90% 이상 재생
간이식 시에는 간이식 환자의 병든 간을 일부만 절제하는 것이 아니고 전부 절제한 후 건강한 사람의 간을 이식한다. 간 기증자의 경우 간의 65% 정도를 절제하게 되는데 절제된 간은 수술 후 6~8주 후에 수술 전 상태의 90~95% 정도까지 재생된다. 수술 전 기증자 적합성 검사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면 장기적으로 간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

간이식을 받은 환자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알콜성 간장애로 간이식을 받은 환자는 1년 후쯤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생활도 똑같이 하게 되는데, 간혹 음주를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행동은 기증자와 의료진과의 신뢰에도 금이 가는 행동이다. 절대 금주가 원칙이며, 면역억제제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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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