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보습제는 무조건 옳다?... ‘이럴 때’ 사용 말아야

도움말: 배독생기한의원 노윤주 원장

▲ 배독생기한의원 노윤주 원장

얼마 전, 몇 개의 발진과 가려움이 있는 환자가 내원했다. 목욕탕에서 세신을 받은 후에 피부병이 생겼는데, 약도 먹어보고, 연고도 발라보고, 주사도 사용했지만, 증상이 두 달째 지속된 것.

환자는 젊은 여성이었으며, 피부 각질 케어에 상당히 노력하는 듯 아주 매끈하고 촉촉한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환자를 보자마자 내가 해준 말은 “보습을 중단하세요”였다. 환자가 깜짝 놀라며, 피부 질환명이 뭐냐고 물었다. 진단명은 ‘모낭염’이었다.

환자는 모낭염이 생긴 부위에 열심히 보습을 하고 있었다. 원래도 전신에 보습을 열심히 했지만, 모낭염 부위는 특별히 더 열심히 보습했다고 한다. 육안으로도 피부 각질층을 수시로 제거하는 듯한, 매끈한 피부의 모낭염 환자가 보습을 중단해야하는 이유는 보습이 모낭염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흔히 바르는 보습제가 피부 질환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물과 기름을 섞어 만든 보습제는 말 그대로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제품이다. 다시 말하면, 피부의 가장 바깥에 있는 층, 각질층을 촉촉하게 해주는 제품인 것이다.

각질층을 ‘제거해야 하는 더러운 것’쯤으로 흔히들 생각하지만, 각질층은 피부층의 하나이며 피부 장벽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각질층이 튼튼해야 외부 물질들로부터 피부의 1차 방어가 이루어지게 된다.

피부가 건조해서 각질층이 생기면 거칠거칠해지고, 이를 없애기 위해 세신을 하고 보습을 하게 된다. 하지만 보습기 과도하면 보습제라는 하나의 눅눅한 층이 피부에 형성되게 된다. 이 눅눅한 층이 피부에 열을 남게 하고, 피지가 분비되는 것을 막아 염증을 유발하게 된다.

보습제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자.
①염증 반응이 있는 경우
피부가 빨갛거나, 점이나 좁쌀처럼 발진이 올라왔을 때는 보습제를 바르지 않는다. 보습제의 기름 성분과 점증제는 피지 분비를 막고, 국소적으로 열의 해소를 막아 염증반응을 악화시킬 수 있다.

②상처가 난 경우
상처로 피부 표면이 찢어진 경우에는 보습제를 바르지 않는다. 찢어진 피부가 닫히고 내부에서 재생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피부가 눅눅해서는 안된다. 또한 찢어진 표면으로 보습제가 흡수될 수 있기 때문에 상처에는 보습을 하지 않아야 한다.

③습진이 있는 경우
습진에는 보습제를 사용하지 않는다. 여기서 말하는 습진은 진물이 나와 눅눅하고 붓고, 빨갛게 혈액이 고여있는 피부 모습을 의미한다. 습진은 표면이 각화되어야 내부에서 재생되며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표면을 눅눅하게 하는 보습제는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④감염이 있는 경우
피부에 수포, 농포가 잡히는 경우에는 보습을 삼가야 한다. 보습제는 기름 성분으로 점도가 높기 때문에, 이물질 없이 소독되어야 하는 감염 상황에서 이물질이나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를 끈적하게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 특히, 곰팡이 감염일 때 보습제는 곰팡이 번식 환경을 만들어 준다.

보습제는 건조한 피부에만 필요한 제품이다. 건조하고 각질이 있을 때, 얇게 적당량만 사용해야 용도에 맞게,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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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