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물음표] 제로 음료, 건강·다이어트 효과 'ZERO'?

WHO "비당류 감미료 장기적으로 체중 조절 효과 없어, 당뇨·심혈관 위험 높여"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제로 칼로리 음료는 생명수와 같다. 맛있는 음료를 칼로리 걱정 없이 먹어도 되니 이만한 선택지가 없을 터. 제로 칼로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탄산음료는 물론 이온음료, 주류 등으로 제로 칼로리의 영토 확장이 이뤄지고 있다. 바야흐로 제로 칼로리 시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공개한 제로 칼로리의 진실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WHO는 다이어트 콜라에 사용되는 비당류 감미료(NSS)가 장기적으로 체중 조절에 효과가 없으며, 당뇨나 심혈관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어 자제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제로 칼로리 음료는 설탕을 대신해 단맛을 내는 NSS를 사용한다. 아스파탐, 사카린, 스테비아, 아세설팜 K, 수크랄로스, 네오탐, 어드밴타임 등이 대표적인 NSS다. NSS로 당과 칼로리를 줄인 제로칼로리 음료가 다이어트는 물론 건강에도 좋을 것이라는 인식이 그동안 제로음료 시장의 몸집을 불려왔다.

하지만 예상을 빗겨간 WHO의 발표로 소비자들의 믿음에는 금이 가고, 입지를 넓혀가던 제로음료 시장은 새 국면을 맞이했다.

WHO는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 NSS가 장기적으로는 체지방 감량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랜 기간 섭취 시 2형 당뇨병, 심혈관 질환 발병 가능성을 높여 조기 사망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밝혔다.

프란체스코 브란카 WHO 영양·식품안전국장은 "NSS는 필수적인 식이요소가 아니며 영양학적 가치도 없다"며 "과일처럼 자연적으로 발생한 당분이 함유된 식품이나 무가당 식품을 섭취하는 등 다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WHO는 이번 권고를 잠정적이라 말하며 여지를 남겼다. 연구 과정에서 참여자의 건강 상태 등 여러 요인이 연구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WHO의 발표에 따른 식품업계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제로음료 시장으로 발을 넓혀가는 상황에서 WHO의 권고안은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국제감미료협회(ISA)는 성명을 통해 "저열량·무열량 감미료는 세계에서 가장 철저하게 연구된 성분 중 하나이고, 비만과 당뇨병, 치주 질환 예방에 도움을 준다는 것은 과학적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입증되어 온 사실"이라며 WHO의 입장을 강력히 반박했다.


두 입장이 맞서는 가운데 소비자들의 믿음이 어느 쪽을 향할 지는 앞으로의 추가적인 연구 결과에 달려있다. 제로칼로리 시대가 소비자의 불신으로 저물어 갈지, 신뢰 회복을 통해 전성기를 맞게 될지 추가 연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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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