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크론병은 정말 못된 병일까?

▲ 사진=JTBC '닥터 차정숙' 캡쳐

JTBC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최근 논란에 휩싸였다. 크론병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다.

논란의 촉발은 극 중 크론병 환자와 장인, 장모와의 대화에서부터다. 크론병을 앓는 환자인 사위에게 장인은 “못된 병을 숨기고 결혼할 할 수 있나. 내 딸 인생을 망쳐도 분수가 있지”라고 했고, 장모는 “이 병도 유전이 된다면서”라는 대사를 이었다.

방송 이후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의 글이 쏟아졌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9일 “접수된 민원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대사처럼 크론병은 정말 못된 병일까?

크론병은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 걸쳐 어느 부위에서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염증이 장의 모든층을 침범하며, 병적인 변화가 분포하는 양상이 연속적이지 않고 드문드문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대장과 소장이 연결되는 부위인 회맹부에 질환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며, 대장, 회장 말단부, 소장 등에서 흔히 발생한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크론병은 드라마 대사와 같이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환경적인 요인과 함께 소화관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세균에 대한 과도한 면역반응 때문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흡연이 크론병의 발생을 촉진하며, 흡연자의 경우 수술을 받은 후에도 재발률이 높고 증상이 더욱 악화된다. 즉, 100% 유전적인 요인은 아니라는 의미다.

크론병의 증상으로는 설사와 복통, 식욕 감퇴, 미열 등이 흔하게 나타난다. 여기에 관절염과 포도막염, 피부 증상, 섬유화 등이 일어나 담관벽이 두꺼워지면서 담관이 좁아지거나 협착이 생기는 경화성 담관염, 신장 결석 등의 장 외의 증상도 비교적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치료는 질병의 활성도와 침범 부위 및 형태에 따라 달라지며, 약물 혹은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완치에 이르는 치료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나, 꾸준히 관리하면 평생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적절히 대응하면 일반생활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크론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이번 드라마 논란은 상처가 아닐 수 없을 터. 크론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고 치료에 대한 의지를 꺾기도 했겠으나, 드라마처럼 인생을 포기할 정도의 질병이 아님을 다시 상기시키는 기회로 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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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