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물음표] 전 세계 인구 50% 이상 감염된 '헬리코박터균'이 위암을 부른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될 만큼 흔한 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하 '헬리코박터균')'. 흔하다고 해서 가볍게 여기기에는 이 균의 위험성이 매우 크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감염 시 위암 발생 위험은 2~10배 가량 높아진다. 특히 우리나라 위암 발병률은 세계 1위다. 위암의 원인은 다양하나,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는 나선 모양의 세균이다. 이 균은 위장 내 강한 산성에서도 살아남을 만큼 강력하다. 위의 점막층을 자유롭게 누비며 스스로 위산을 중화해가는 것이다.

-헬리코박터균, 어떻게 몸 속에 침투할까?

헬리코박터균의 정확한 감염 경로는 밝혀진 바 없지만, 보통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배설물이나 침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찌개, 반찬 등을 한 접시에 담아 나눠 먹는 식습관, 회식 자리에서 술잔을 돌리는 행위 등이 원인이 된다. 어릴 때 가족으로부터 감염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와 아이가 같은 숟가락, 젓가락을 사용하거나 부모가 씹던 음식물을 아이에게 주면 감염 확률이 높아진다.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감염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헬리코박터균의 증상은 환자마다 다르게 나타나는데, 보통 균에 감염되더라도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부는 ▲소화불량 ▲급성 위염 ▲만성 위염 ▲장상피화생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한 경우 ▲변연부 B세포 림프종 ▲위암을 일으킨다.

실제로 십이지장 궤양 환자의 90~95%, 위궤양 환자의 60~80%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됐으며, 전체 위암 환자의 40~75%는 헬리코박터균 감염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헬리코박터균의 감염 유무는 증상만으로 판단할 수 없으며, 검사를 통해 정확히 알 수 있다.

-감염자라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할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모든 사람에게 치료가 권장되지는 않는다. 특별한 증상이 없고 균으로 인한 질병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다만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십이지장 궤양·위궤양 환자 △변연부 B세포 림프종, 조기 위암 환자는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밖에 △위암 가족력이 있거나 △철분결핍성 빈혈이 있는 경우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이 있는 경우에도 치료가 권고된다. 의료진과 상담 후 치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헬리코박터균, 어떻게 치료할까?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균을 없애는 제균치료를 받는다. 일반적으로 위산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프로톤펌프억제제와 두 종류의 항생제를 1~2주 동안 복용한다. 약제를 복용하면 헬리코박터균이 70~80%가량 제거되며, 치료 후 재감염률은 4.4~6% 정도다. 다만 제균치료 효과는 환자마다 다를 수 있어, 치료 4주 후 재검사를 시행해 정확한 제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또 치료를 통해 균이 제거됐다 하더라도 감염기간이 길었던 감염자는 미감염자에 비해 위암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위내시경 추적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한편 평소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손 씻기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고, 식사 시에는 개인 숟가락·젓가락을 사용, 찌개·반찬 등은 개인 그릇에 덜어 먹어야 한다. 또 맵고 짠 음식, 인스턴트 음식 섭취는 줄이고, 헬리코박터 제균에 도움이 되는 음식(▲홍삼 ▲김치 ▲감초 ▲요구르트 ▲양배추 ▲브로콜리 ▲마늘 ▲오메가-3 지방 ▲사과 ▲강황)을 섭취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된다.

치명적인 질병의 씨앗인 헬리코박터균, 올바른 생활습관과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균의 증식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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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