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방사선 치료 받아도 머리카락 안 빠진다

도움말: 경희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공문규 교수

▲ 경희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공문규 교수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암 환자의 모습을 상상해보자. 아마 많은 사람들이 머리카락이 다 빠진 초췌한 얼굴의 환자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사실이 한 가지 있다.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머리카락이 빠진다는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방사선 치료를 받아도 머리카락은 빠지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잘못 알고 있는 이유는 방사선 치료와 항암약물치료를 혼동하기 때문이다.

암환자에게 시행하는 치료는 크게 수술적 치료, 방사선 치료, 항암약물치료로 구분된다. 이 중 방사선 치료와 수술적 치료는 ‘국소치료’다. 국소치료는 말 그대로 특정 부위에만 효과를 미치는 치료다.

폐암으로 수술을 받으면 칼로 폐암만 도려낸다. 복부, 머리, 팔, 다리 등 다른 곳에는 수술적 치료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폐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 폐암 부위에만 방사선을 조사한다. 폐암 이외의 다른 부위에는 방사선을 조사하지 않으므로 다른 부위에는 방사선 치료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 당연히 폐암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머리카락이 빠질 이유는 전혀 없다.

반면, 항암약물치료는 항암약을 복용하거나 주사로 체내에 투여한다. 체내에 투여된 항암약은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지기 때문에 몸 전체에 항암 효과가 나타난다. 항암약물은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암 조직에 주로 영향을 미치지만, 머리카락이나 손톱 같이 계속 자라나는 부위도 영향을 받는다. 항암약물치료 후 머리카락이 빠지고 손톱이 벗겨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방사선 치료는 암 환자에게 시행하는 대표적인 국소치료다. 암 조직 이외에 다른 부위에는 방사선을 조사하지 않고, 방사선을 조사받지 않은 부위는 방사선 치료로 인한 어떤 부작용도 생기지 않는다.

폐암 환자는 흉부에 방사선을 조사해 폐렴, 식도염 등이 부작용으로 생길 수 있고, 간암 환자는 복부에 방사선을 조사하므로 간염, 위장관염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지만,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손톱이 벗겨지고 손끝과 발끝이 저릿저릿한 부작용은 생기지 않는다.

방사선 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식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방사선 치료로 인한 부작용 발생 역시 점점 적어지고 있는 추세다. 방사선 치료에 대한 잘못된 상식과 근거 없는 편견이 없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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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