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폭식을 하고 후회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의학적인 의미의 폭식증은 단순한 폭식과 조금 다르다.
폭식장애는 단시간 내에 일반 사람들이 먹는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을 먹고, 음식 섭취에 대해 통제가 안 되는 상태를 말한다. 허기를 느끼지 않을 때도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과식 후에는 혐오감, 죄책감, 우울감을 느낀다. 이러한 증상이 주 1회 이상, 최소 3개월 이상 이어지면 폭식장애로 진단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폭식 후 체중 증가에 대한 우려로 과도한 운동을 하거나, 지나치게 금식을 하거나, 음식물을 토해내거나, 설사약이나 이뇨제 등의 약물을 남용하는 보상 행동을 반복적으로 보인다면 신경성 폭식증에 해당한다.
폭식증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나며, 정상 체중이 많고 겉으로 봐서는 잘 티가 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신경성 폭식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 중 85%는 여성이었다. 이 중 20대 여성이 44.1%로 가장 많았고, 30대 여성(21.4%), 40대 여성(11.4%), 10대 여성(8.4%)이 그 뒤를 이었다.
폭식증의 원인은 먼저 건강하지 못한 식사 습관에 있다. 또 체형, 외모에 대한 왜곡된 인지가 원인이 되며, 스트레스 등의 심리적인 문제도 영향을 미친다. 알코올 의존, 자해 등 충동 조절 장애를 갖고 있거나 식욕억제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행복 호르몬인 엔도르핀 분비에 이상이 있어도 폭식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식사 습관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폭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배고픈 상태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하루 세 번의 식사와 두 번의 간식 섭취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아울러 체중 조절을 위해 특정 음식을 피하거나 한 종류의 음식만 먹는 지나친 식단 제한은 금물이다. 과도한 식단 제한이나 금식은 오히려 갑작스러운 폭식을 부르기 쉽다.
폭식은 단순히 다이어트를 하는 것처럼 식사조절만 해서는 치료가 어렵다. 폭식을 하는 이유는 낮은 자존감이나 완벽주의, 대인관계 등에서 오는 심리적인 스트레스의 문제도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함께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우울감으로 인해 폭식을 하는 경우라면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폭식증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경희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김선영 교수는 “우울함은 외부 활동을 줄이고 폭식을 유발하는 등 비만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폭식증은 원인을 아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이를 위해 ‘식사 일기’를 쓰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섭취한 식사와 간식의 내용을 적고, 이때 어떤 생각을 했으며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는지에 대해 기록하면 폭식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이는 폭식의 패턴을 파악할 수 있어 재발 예방에도 큰 도움이 된다.
폭식증을 방지하려면 체중을 재는 것에도 규칙을 정해야 한다. 체중은 생리 주기, 수분량, 배뇨량 등에 의해 변화가 크기 때문에 매일 재는 것은 좋지 않고, 주 1회 정도 재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식사할 때는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좋고, 어두운 색 그릇을 사용하면 식욕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건강한 식사 습관을 유지하고, 마른 체형이 예쁘다는 편견을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스스로 극복하기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해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등의 방법을 통해 도움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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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