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밑 빠지는 병 ‘자궁탈출증’, 증상 나타나면 이미 늦어

도움말: 리에스여성의원 정창원 대표원장

▲ 리에스여성의원 정창원 대표원장 
“자궁을 적출해야 한대요. 이제 80세가 다 됐는데… 전신 마취는 위험하다고 해요. 자궁을 살리면서 간단한 이쁜이수술로는 안될까요?”

요즘 본원 진료실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상황이다. 대학병원에서 자궁적출술을 권유 받고 덜컥 겁이 나서 거꾸로 본원에 다른 치료 방법을 찾으러 온 환자들이 자주 하는 얘기다. 이런 경우가 참 안타깝다. 진찰 소견상 이미 이쁜이수술로 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난 상황이다. 한 10년만 더 일찍 내원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만 표하며 환자를 돌려보낸다.

흔히 밑 빠지는 병이라 알려져 있는 자궁탈출증은 자연 분만한 여성에게 나타나는 질환으로, 분만 시 골반근육과 연조직이 손상되고 노화가 진행되면서 질 쪽으로 자궁 등 여러 골반 장기가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그래서 대개 고령의 여성이 전신 마취 하에 자궁적출술이라는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수술을 받고 싶어도 고령과 여러 내과적 질환 때문에 큰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증상 없고 진단도 어려워...고령화 사회 속 큰 문제
그럼 진작 진단을 받으면 되지 않냐 물어볼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 질환은 특이 증상이 없다.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허리 통증이나 아랫배 묵직함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라 이 질환을 의심하기도 힘들다. 또한 골반장기탈출 증상이 하루에도 다를 수 있다. 자고 일어나면 들어갔다가, 운동을 하거나 많이 걸은 오후에는 장기들이 내려와 있다.

산부인과를 잘 안 가기도 하지만, 산부인과에 간다 하더라도 잘 발견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점점 수명이 늘고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이 질환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옛날에야 이런 질환이 문제가 되기 전에 삶을 마감하거나 사회 활동을 거의 안 했으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수명도 늘어나고 20년 이상을 활동해야 하므로 문제가 심각해졌다.

그렇다면 예방법은 없을까? 혹자는 자연분만이 안 좋고, 제왕절개가 더 나은 방법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분만방법의 일장일단을 비교한다면 자연분만이 산모나 아기에게 장점이 훨씬 더 많다. 자연분만 시 생기는 골반근육 손상과 이로 인한 질 이완, 향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요실금과 골반장기탈출증은 자연분만의 명백한 단점이 맞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제왕절개를 권해서 더 큰 당장의 위험을 감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쁜이수술, 자연분만 후 손상된 골반 근육 복구
흔히 이쁜이수술이라고 알려진 질 축소 수술이 그나마 현실적인 예방법이다. 이쁜이수술이라고 하면 으레 부부 잠자리 문제를 위한 수술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남녀 성관계에도 도움이 되지만, 단순히 그 효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수술은 손상된 골반 근육을 복구하고, 느슨해진 연조직을 출산 전처럼 타이트한 상태로 다시 돌려놓는다. 향후 노화에 따라 진행되는 골반장기탈출증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더 늦추는 데 시간을 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방법도 자궁이 어느 일정 수준을 넘게 나와 버리면 적용할 수가 없다.

흔히 알려져 있는 케겔운동은 골반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이다. 하지만 효과도 약할 뿐더러, 자연분만으로 인해 물리적으로 손상 받은 근육은 아무리 운동을 열심히 해도 수술의 효과를 낼 수 없다. 따라서 기계적인 수술적 방법으로 근육을 어느 정도 복구 시켜야 한다. 그 이후, 노화를 막을 수는 없으므로 골반 근육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케겔운동도 추가적으로 해야 맞는 방법이다.

자연분만한 여성, 젊을 때 예방법 고려해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골반장기탈출증 뿐만 아니라 모든 질환에도 적용된다. 질환을 미리 예방하고, 초기에 진단해야 치료도 더 간편하다. 따라서 자연분만을 한 여성이라면 미리 이쁜이수술이라는 질 축소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출산력이나 개인의 골반근육구조에 따라 이 병이 생길 나이나 확률은 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나이가 먹을수록 골반장기탈출증의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또 이쁜이수술은 입원 없이 받을 수 있는 간단한 수술이지만, 자궁적출술은 전신 마취하에 대학병원에 일주일 이상 입원해야 하는 어려운 수술이라는 점이다. 더군다나 나이가 들어서 받는 수술의 위험성은 수술 자체의 부작용 확률도 높아지지만, 마취의 위험성도 같이 커지기 때문에 더 큰 문제다.

최근 본원에도 60, 70대 여성들이 이쁜이수술을 받으러 많이 온다. 물론 최근에 젊어진 성 행태 때문에, 혼자인 여성이 이성을 사귀거나 재혼을 앞두고 받으러 오는 경우도 많지만, 고령 여성이 이쁜이수술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골반장기탈출 때문이다.

“10년 전부터 이쁜이수술 받으라고 얘기 많이 들었는데 귀찮아서 안 했어요. 근데 계속 장기가 더 내려오는 게 느껴져서 안 되겠어요. 젊을 때 받을 걸 그랬어요.”

요즘에는 80세 이하는 노인이라고 부르기 어려울 만큼 젊게 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자연분만을 2명 이상 한 여성, 1명을 분만했더라도 난산이거나 해외분만 이력이 있는 경우, 또 요실금 증상이 있다면 골반장기탈출증 고위험군이다. 따라서 이쁜이수술을 예방법으로 고려하는 것이 나이 들어 겪을 수 있는 더 큰 곤란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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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