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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60대이신 저희 아버지께서는 4년 전 조영제 부작용을 경험한 뒤 공황장애를 앓게 되었는데요. 조영제 부작용을 겪었던 밤 시간대만 되면 공황발작이 나타나기 일쑤였습니다. 이후에는 낮에도 공황발작이 잘 나타났고, 임시방편으로 타이레놀을 드시곤 했습니다.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있어 병원 치료를 안 받으려고 하십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스스로 극복하는 방법을 알게 돼, 공황장애가 거의 완치됐다고 자부하시는데요. 평소 음식을 골고루 잘 챙겨 먹고, 공황발작이 올 것 같으면 다른 생각을 하는 등 나름대로 방법을 찾으셨다고 해요.
저희 아버지처럼 공황장애는 의지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는 병인가요? 병원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되는지, 추후 증상이 심해지지는 않을지 걱정입니다. 참고로 아버지께서는 술, 담배는 안 하시고, 커피는 가끔 드시는 편입니다.
공황장애는 요즘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정신과적 질병 이름일 것입니다. 소위 ‘연예인병’이라고도 할 만큼 쉽게 접하는 이름이 됐습니다.
하지만 공황장애의 진단은 단순하지만은 않습니다. 우선은 ‘공황발작’이 반복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공황발작은 극심한 공포와 고통이 갑자기 발생하는 가운데, 가슴 두근거림, 땀, 몸의 떨림, 숨 가쁨, 질식할 것 같은 느낌, 죽을 것만 같은 공포 등을 비롯한 총 13개 중 4가지 이상의 증상이 아주 짧은 시간(수 분 이내)에 동반돼 나타나는 증상을 말합니다.
사실 공황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돼서 그렇지, ‘불안발작’을 공황발작으로 오해하는 일도 많습니다. 불안발작은 정식 진단명은 아니지만, 불안감과 더불어 관련된 여러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일컫습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은 공황발작보다는 불안발작인 경우가 더 많을 것입니다.
불안발작은 보통 스트레스를 비롯한 유발 요인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해 과도하게 걱정하면서 마음이 불안해지고 이에 따른 신체 증상이 동반되는 것입니다. 반면, 공황발작은 유발 요인이 대체로 존재하지 않은 가운데 ‘예기치 않게’ 나타납니다. 또 그 정도가 매우 심각합니다.
어쩌면 아버님의 증상은 예상치 못한 공황발작보다는 유발 요인이 있으며 예상 가능한 불안발작에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점차 주간에 예측 못 할 시간에도 증상이 나타난 것은 ‘공황발작’으로 설명이 가능한 증상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공황발작을 경험했다고 해서 모두 공황장애로 진단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황장애로 진단하려면 공황발작 증상을 다시 경험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공황발작을 피하고자 하는 부적응적인 행동 변화가 1개월 이상 있어야 합니다.
더욱이 공황발작은 다른 정신질환에도 동반될 수 있습니다. 정신의학 진단분류체계인 DSM에서는 공황발작은 공황장애뿐 아니라 우울장애, 다른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 물질 의존 같은 다른 정신질환에도 명시자(specifier, 진단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세부 분류)로 사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공황발작이 동반된 우울증’이라는 진단도 가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버님이 실제로 당시 공황발작을 경험했더라도, 이것만으로 공황장애 진단을 충족할 수는 없습니다. 아버님이 공황장애 진단이 가능한지를 판단하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평가와 진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정신질환 진단에는 대전제가 있습니다. 공황장애를 비롯한 정신질환으로 진단하려면 사회적, 직업적 또는 기타 중요한 활동에서 의미 있는 고통과 기능장애가 있어야 합니다.
아버님의 경우 다행히도 스스로 증상을 통제할 수 있는 내적, 외적 자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버님은 상당한 기간 주변 가족도 인지할 정도의 불안감과 신체 증상이 동반됐던 것으로 판단되지만, 여러 형태의 노력을 통해 현재는 그러한 증상을 호소하지 않고 있습니다. 어쩌면 자녀분인 독자님의 관심 또한 아버님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자원 중 하나였을지 모릅니다. 특히 골고루 음식도 챙겨 드시고 술, 담배도 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미루어 보면, 건강관리에도 힘쓰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만약 아버님이 현재 정서적으로, 신체적으로 어떠한 불편감도 호소하지 않고 있다면, 또 가족들이 보기에도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면, 그대로 지켜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보였던 증상이 어떤 진단기준에 해당할지는 알 수 없겠지만, 아버님의 그간 노력을 인정하며 지지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계기가 있든 없든 다시 한번 갑작스러운 불안감 또는 여기에 동반된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면 그때는 꼭 병원에 방문해보는 것을 권유 드립니다. 물론 말씀해주신 내용에 따르면 아버님이 정신건강의학과에 내원하도록 설득하기 어려울 수 있겠지만, 정확한 정신건강 전문가의 평가와 치료가 아버님의 건강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자님과 아버님 모두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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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