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크러쉬가 1등을 해 화제였던 ‘멍때리기 대회’가 3년 만에 개최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멍때리기 대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뒤처지거나 무가치하다는 현대사회의 통념을 깨려는 취지로 시작됐다.
멍때리기 대회가 생기기 전, 일명 ‘멍 때리는’ 행동은 우리 사회에서 비생산적으로 의미 없이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곤 했다. 그러나 이렇게 머릿속을 잠시 비우는 행동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고대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탕에서 넘치는 물을 멍하니 보다가 부력의 원리를 발견해 ‘유레카’를 외쳤다. 뉴턴은 사과나무 밑에서 멍하니 있다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
이처럼 멍 때리기는 뇌에 휴식을 줘 창의력을 높이며 건강에 이로운 역할을 한다.
미국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멍 때리는 동안 뇌의 DMN(Default Mode Network) 부위가 활성화된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정보를 삭제하고 그동안 수집한 정보가 정리된다. 뇌가 복귀되는 과정이며, 이는 뇌가 더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캐나다 피터버러 트렌트 대학교 엘리자베스 케이 니스벳 심리학과 부교수는 멍 때리기가 주의 회복 이론과 관련이 있으며, 삼림욕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주의 회복 이론이란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면 주의를 회복시켜 더 나은 집중력으로 연결해준다는 심리학 이론이다. 이처럼 멍 때리기는 뇌를 휴식시키는 과정을 통해 이후의 집중력과 학습력, 생산성을 높여준다.
하지만 TV, 컴퓨터, 스마트폰 등을 보며 멍 때리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주의력이 전자기기에 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뇌를 더 운동시키는 일이 된다. 진정한 멍 때리기란 무엇에도 주의를 두지 않는 것이다. 뇌를 온전하게 휴식하게 해야 진정한 멍 때리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상태가 낯설어, 멍 때리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그럴 때는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다. 완전한 암전 상태는 뇌의 휴식을 돕는다. 귀마개를 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시청각을 완벽히 차단하면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 없는 상태가 돼, 멍 때리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단, 습관적으로 자주 멍 때리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뇌에 아무런 자극을 주지 않는 행동이 습관화되면 뇌의 피로 해소를 넘어, 뇌세포의 노화가 빨라진다. 이로 인해 건망증이 심해지고 판단력이 낮아지며 치매 가능성이 커진다. 또 불안하거나 우울한 감정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신체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기관으로,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작동한다. 쉴새 없이 바쁜 현대사회에서 하루 15분 정도는 멍하니 뇌를 쉬게 하는 시간을 주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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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