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진 사람은 나중에 알츠하이머형 치매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60세 이상 고령자를 10여년간 추적했더니 이중 8%가 치매에 걸렸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이 2009∼2010년 새 건강 검진을 받은 60세 이상 성인 60만8,994명(국민건강보험 공단 자료)을 2020년 말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 이 연구결과(비알콜성 지방간과 고령자의 나중에 일어난 치매 사이의 연관성)는 대한간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박 교수팀은 지방간 지수(FLI)를 활용해 연구 대상자를 ‘FLI가 낮은 그룹’ㆍ‘FLI 중간 그룹’ㆍ‘FLI가 높은 그룹’ 등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FLI가 높을수록 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박 교수팀이 추적한 10여년 동안 8.0%가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중 7.7%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0.1%는 혈관성 치매 환자였다.
FLI가 낮은 그룹은 치매 위험이 4% 낮았다. FLI가 높은 그룹, 즉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치매 발생 위험은 5% 높았다. 특히 FLI가 높은 그룹이 알츠하이머형 치매 발생 위험은 FLI 중간 그룹보다 4%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혈관성 치매 발생 위험을 특별히 높이진 않았다.
미국에선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정상보다 작은 뇌를 가졌으며, 이는 뇌 노화 과정의 가속화로 볼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뇌의 노화 속도를 높여 치매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팀은 논문에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알츠하이머형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결론”이라며 “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관리하면 치매와 관련한 질병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약 5,000만명이 치매를 앓고 있다.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의 수가 계속 증가해 의료 시스템에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비알콜성 지방간 질환은 간에 생기는 대표적인 비감염성 질환으로, 유병률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유병률은 성인 4명 중 1명꼴이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