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청기로도 청력 개선 없다면...'인공와우수술' 가능한 대상은?

▲ 경희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 
보청기의 도움을 받아도 난청이 심하다면 수술 치료를 고려해 봐야 한다. 난청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신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난청의 치료법과 수술 가능한 대상에 대해 경희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여승근 교수에게 물어봤다. 

Q. 난청의 원인은?
A. 1000명당 1명은 태어날 때부터 고도 이상의 난청을 갖고 있으며, 그중 50% 이상이 유전적 요인 때문에 발생한다. 후천적으로는 중이염을 앓았거나, 외상, 이독성 약물 복용, 대사이상, 면역 이상, 골 질환, 종양, 소음 노출 등 다양한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노화의 원인이 가장 크다. 우리 몸은 20대 후반부터 노화가 생기고, 30대 후반부터 청각 노화가 시작된다. 65세가 되면 4명당 1명, 75세에는 3명당 1명, 85세는 2명당 1명에서 난청이 발생하고, 95세가 되면 누구나 난청이 생긴다.

Q. 난청은 꼭 치료가 필요한가?
A. 난청을 방치하면 청력은 계속 나빠진다. 난청이 있으면 사람과의 대화가 불가능하거나 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 사회생활을 기피하게 되고 이로 인해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청각 세포와 청각중추의 퇴화뿐 아니라 다른 연관 뇌세포의 퇴화로도 이어져 치매 발생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난청이 있으면 조기에 난청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꼭 필요하다.

Q. 난청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지나?
A. 청각 저하 또는 상실된 상태로 정의되는 난청은 일반적으로 청력손실 정도에 따라 청력 장애가 구분된다. 청력손실 정도가 0~25dBHL인 경우는 정상에 해당하며, 26dBHL부터 난청이라 정의한다. 작은 소리는 잘 듣지 못하는 26~40dBHL의 경도 난청인 경우 특별한 청각재활치료는 필요치 않다.

40dBHL 이상 중등도 난청인 경우 말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되묻거나, 거리가 떨어진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려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중등도 난청의 경우 보청기 사용이 필요하며, 보청기 사용 효율성도 높다.

언어 이해가 거의 불가능한 70dBHL 이상 고도 난청의 경우 특수 기능이 강화된 보청기 사용이 필요하다. 소리에 거의 반응이 없는 1세 미만에서 90dBHL 이상의 양측 심도 난청인 경우, 그리고 1세 이상에서 양측 70dBHL 이상의 고도 난청인 경우 보청기로 청각 재활이 안 되면 인공와우 수술이 고려된다.

Q. 인공와우수술이란?
A. 인공와우 이식은 보청기를 사용해도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양측 고도 이상의 감각신경 난청환자에게 시행되는 수술이다. 외부 음원의 소리를 전기적인 에너지로 변환,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 청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전기 자극을 이용해 잔존하는 청신경을 자극함으로써 음을 감지할 수 있도록 와우 이식기를 환자의 내이(달팽이관)에 이식한다. 인공와우는 내부기기와 외부기기로 구분된다. 외부 장치는 송화기, 어음처리기, 마이크, 헤드피스, 케이블 등으로 구성, 귀걸이 형식으로 대화가 필요한 경우 착용하면 된다. 수용자극기, 전극, 코일, 자석 등으로 구성된 전극 내부 장치는 수술 시 삽입한다.

보청기를 통해 정상인과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했던 고도 이상의 난청 환자들은 인공와우이식술로 효과적인 청력 재활이 가능할 수 있다.

Q. 인공와우수술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은 어떻게 되나?
A. 보험급여기준에 따라 수술 적응증(기준)이 달라진다. 1세 미만의 경우 양측 심도(90dB) 이상의 난청 환자로서 최소한 3개월 이상 보청기를 착용해도 청능 발달의 진전이 없는 경우 수술이 가능하다. 1세 이상~19세 미만은 양측 고도(70dB) 이상의 난청 환자로 최소한 3개월 이상 보청기를 착용하고, 집중교육에도 어음변별력과 언어능력의 진전이 없는 경우가 대상이다.


19세 이상은 양측 고도(70dB) 이상의 난청 환자로서 보청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단음절에 대한 어음변별력이 50% 이하 또는 문장언어평가가 50% 이하로 나오는 경우 수술이 가능하다.

Q. 인공와우수술 진단 검사법은 어떻게 되나?
A. 수술에 앞서 철저한 사전검사가 필요하다. 가장 먼저 청력검사를 시행해 적응증 대상 여부를 살핀다. 적응증 대상이면 CT나 MRI를 촬영, 귀안의 정상 구조물과 함께 기형 여부를 검사하고 청신경이 존재하는지 다른 뇌병변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선천적 기형이 있는 환자의 경우 수술이 가장 까다롭다. 인공와우 전극은 외이도 후벽과 안면신경 사이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전극을 삽입해야 한다. 그러나 선천적 귀 기형으로 해부학적 구조가 변형되었거나 정상 구조물이 없는 경우 수술 후 안면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안면신경이 잘 보이지 않거나 다른 부위에 있는 경우, 구멍을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외이도 후벽을 제거하거나 내시경을 이용해 원하는 부위가 어느 곳에 있는지 천천히 확인하면서 수술해야 한다.

이외에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뇌수막염, 뇌척수액 유출, 수술 부위 괴사, 혈종, 이명, 현기증 등이 있다.

Q. 수술 환자는 일상생활에서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나?
A. 아무리 수술이 성공적이라도 수술 후 청각 재활이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수술 후 수술 부위와 합병증 발생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언어 청각 재활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이에 전극을 삽입한 만큼 두부외상도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인 스포츠는 가능하나 격투기, 레슬링, 권투, 축구 등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또, 간단한 수영은 가능하나 수심이 깊은 곳에서의 잠수 등은 기계에 압박이 가해지므로 조심한다.

항공기 탑승 시 보안탐색대 통과할 때 경보가 울릴 수 있어 여행 시 인공와우 이식 환자 식별 카드를 지참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항공기 이착륙 시 휴대용 전자기기를 끄게 되어 있어 음향처리기 리모컨의 전원은 꺼둬야 한다. 이때 기내 항공사 직원에게 미리 알려주면 기타 안전 수칙을 안내받을 수 있다.

MRI 촬영 시에는 자석이 있는 내부 이식 기계가 MRI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만큼 의료진에 인공와우수술 이력을 꼭 알려야 한다.

Q. 마지막으로, 난청에 대해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A. 모든 질병과 마찬가지로 난청도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하다. 1000명당 1명꼴로 선천성 난청을 갖고 태어나는 아이들의 경우, 언어는 물론 정서나 지능 발달에도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언어를 빨리 습득할 수 있도록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특히, 난청 발견 후 5년이 지나면 뇌세포가 망가지고, 이후 수술하면 효과도 떨어진다.

그러므로 자가 진단이나 자가 치료는 금물이며, 난청이 있으면 즉시 가까운 병원에 내원해 정확한 진단 아래 약물 및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치료가 불가한 경우 보청기를 착용하며, 보청기로도 청력 개선이 없는 경우 인공와우이식술을 고려하는 등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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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