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는 태생기에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으로 발생하는 장애다. 각각의 문제 행동이 광범위하고 복잡한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스펙트럼 장애라고 불린다. 관련 장애가 있는 영유아는 특정 물건이나 행동양식에 집착할 뿐만 아니라 눈 맞춤이 힘들거나 언어발달이 지연되는 등 사회적인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에서도 어려움을 보인다. 유아기는 뇌가 빠르게 성장하고 재생하는 뇌의 가소성이 높아, 치료가 늦어지면 이차적인 공존 질환의 발생과 행동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전문의의 검사를 통해 빠르면 12~24개월 이내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진행한다면 예후를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에 대한 인식 부족과 전문의를 만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되며, 자폐스펙트럼장애 고위험 행동은 전문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조기에 발견하고 진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에 많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영유아들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유 교수팀이 개발한 BeDevel은 ▲호명 후 반응 ▲미소 ▲흥미 공유 ▲눈 맞춤 등 총 18가지 항목으로 오랜 시간 동안 일상에서 자녀를 관찰한 보호자의 면담 보고 형식인 ‘BeDevel-Interview(BeDevel-I)’와 ▲간단한 단어 이해 ▲기초 놀이 ▲사회적 놀이 ▲사회적 관계 등 총 19항목으로 아동의 행동을 직접 관찰하는 방법인 ‘BeDevel-Play(BeDevel-P)’로 구성됐다. 아울러 검사자가 참고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검사 지침서, 교육자료 등을 포함한 통합적인 선별 검사 패키지로 제작됐다.
또 유 교수팀은 개발한 BeDevel이 우리나라 유아에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국내 42개월 이하 영유아 621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BeDevel의 타당성 및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아기를 18~23개월, 24~35개월, 36~42개월로 나눠 진행했다.
임상시험 결과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 정확도는 평균 82~89%로, 어린 아동들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eDevel를 활용해 국내 영유아기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조기에 진단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면 이차적인 문제를 예방하고 경과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는 “기존 선별 방식들은 정확도가 낮았고 심화 진단 방법은 너무 접근도가 낮은 경향이 있었다”며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조기에 선별하고 적절한 심층진단과 치료를 진행할 수 있도록 널리 사용되고, BeDevel이 영유아 건강검진 기관 등 기존의 시스템에 통합돼 적절하게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 연령을 낮추고 적절한 치료를 조기에 진행해 장기적인 예후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 연구개발(R&D)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이 개발한 검사 도구는 ‘BeDevel: 걸음마기 아동 행동 발달 선별 척도(인싸이트 심리검사연구소)’로 출판됐고, 임상시험 결과는 국제 학술지 ‘오티즘 리서치(Autism Research)’ 12·14권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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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