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질환 환자라도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 대변 염증 수치(칼프로텍틴)를 확인하고 여행 중 스스로 치료할 수 있도록 준비하면 일반인처럼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윤혁 교수팀은 2018년부터 2020년 초 사이에 해외여행을 다녀온 염증성 장질환 환자 94명을 대상으로 해외여행 중 염증성 장질환 증상을 재발시키는 인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일 밝혔다.

연구 결과 증상 재발을 겪은 환자의 비율은 16%였다. 이들은 다른 환자들에 비해 대변 염증 수치가 높았다. 또 고혈압이나 당뇨 등 동반 질환을 앓고 있었고 응급실 방문 이력이 있었다. 반면,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던 면역조절제·생물학제제(바이오의약품) 투여 여부, 비행시간과 여행기간은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여행 전 대변 염증 수치와 동반 질환을 확인하고 담당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여행 중 치료계획을 잘 준비한다면 일반인과 동일하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최소 3개월 이상 장에 염증이 지속되며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만성 면역성 질환이다. 대표적으로 궤양성 대장염(대장)과 크론병(소화기관)이 있다.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 대변 절박증(변을 참지 못함), 설사, 혈변, 복통 등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주로 항염증제, 스테로이드, 면역조절제, 생물학제제 등 약물로 치료하지만 효과가 없을 경우 수술이 필요하다. 문제는 근본적인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치료가 잘 되는 관해기(완화) 환자라도 갑자기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의료진의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윤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언제 증상이 악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며 “관해기 상태이고 대변 염증 수치가 높지 않으면 큰 걱정 없이 해외여행을 다녀와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물학제제 치료를 받는 경우 정맥 주사 일정을 조정하거나 자가 주사 키트를 여행 시 챙겨가야 하기 때문에 여행 전 미리 주치의와 상담을 권장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SCIE 국제학술지인 ‘플로스 원(PLOS ONE)’ 1월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