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신재현 대표원장
피로감에 찌든 얼굴을 구기며 겨우 집을 나서던 A씨는,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에서 갑작스레 가슴에서 ‘쿵’ 하는 이상한 감각을 느꼈다. 이내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고,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호흡이 가빠지고,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손끝이 저리는 느낌이 들며 이러다 숨이 막혀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금세 지하철에서 내려버렸다. 한동안 A씨는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앉아 있어야 했다.
과호흡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특히 심리적 불안도 큰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를 받은 인체에서는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가 자극을 받기 시작한다. 스트레스에 반응하며 급격히 체내의 에너지를 태우기 위해 빠른 산소 공급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얕고 빠른 호흡이 발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한 교감신경계의 항진은 필요 이상의 산소 공급을 유발하고, 대신에 이산화탄소는 몸에서 빠져나가며 몸이 알칼리화돼버린다. 이로 인해 손발 끝이 저리고 마비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체내의 과한 산소는 세포를 파괴하면서, 뇌로 가는 동맥은 뇌를 보호하기 위해서 좁아져 일시적인 현기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지속되면서 일시적인 실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실신은 낙상으로 인한 부상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과호흡의 원인은 다양하기 때문에 기질적 원인에 대한 평가가 우선시돼야 한다. 천식, 폐렴 등과 같은 폐 질환이나 심장 질환의 가능성에 대해서 심전도, X-선 검사 등의 선별 검사가 도움 될 수 있다.
심리적 요인으로 과호흡이 자주 나타나는 경우라면 우리 몸이 스트레스로 가득 찬 상태임을 인지해야 한다. 마치 컵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아주 작은 자극에도 스트레스가 흘러넘쳐 과호흡, 가슴 두근거림, 어지러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과호흡이 스트레스로 인해 유발되는 경우라면 과호흡 자체를 조절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먼저, 현재 고민하는 문제를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것과, 지금 아무리 애를 써도 해결할 수 없는 두 가지 구획으로 나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노력해서 해결이 가능한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 과호흡이 자주 나타나는 시기에는 자신의 스트레스가 과하다는 뜻이므로 충분한 휴식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체내 교감신경이 항진될 경우 '얕고 빠른 호흡'이 유발되는데, 이에 반대되는 '느리고 깊은 호흡'을 연습하는 것도 과호흡의 빈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요가 등 여러 운동에서 활용되는 복식 호흡을 연습하거나, 느린 템포로 숫자를 세며 들숨과 날숨을 6초 간격으로 연습하는 것도 좋다. 눈을 감고 숫자를 세며 호흡하는 것은 과호흡과 불안의 상승작용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심리적 요인으로 과호흡이 자주 발생한다면 공황장애와 같은 불안장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도 필요하다. 약물치료를 얼마간 하는 방법도 도움이 된다.
과호흡이 자주 일어난다면 오히려 호흡이 빨라지는 운동 등을 피하려는 경향이 생기는데, 활동을 회피할 경우 호흡 자체에 대한 공포감이 더 심해진다. 따라서 어느 정도 일상생활의 노출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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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