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폐아도 치료될까?"...세 가지를 파악하라

도움말: 배독생기한의원 노윤주 원장

▲ 배독생기한의원 노윤주 원장 
자폐란 스스로 자(自), 닫을 폐(閉)로, ‘스스로 닫았다’라는 의미다. 자폐는 사회적으로 의사소통이나 상호작용이 지속적인 손상을 보이는 질환이다.

보통은 영·유아기 때 부모의 관찰을 통해 진단받게 된다. 자녀의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진단받은 부모는 거부, 분노, 수용, 좌절의 감정을 순차적으로 느끼게 된다.

부모는 수용의 과정에서, ‘우리 아이는 거북이처럼 느릴 뿐 완주하면 된다’라거나 ‘아이와 같이 평생 걸어가야 할 길’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생각은 곧, 자폐를 ‘완치될 수 없는 장애’로 인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생각은 부모에게 좌절, 우울, 무기력함을 마음속 깊이 자리 잡게 해, 아이를 밝고 건강한 시선에서 관찰하지 못하게 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즉 자폐는 정말 부모들의 생각처럼, ‘완치’될 수 없는 것인가?

자폐가 완치될 수 없다고 말한다면, 이는 자녀의 회복력에 대한 과소평가다. 성장기의 영아, 유아들의 회복력, 몸의 재생력은 부모들이 평가하는 것보다 더욱 뛰어나다. 이런 아이에게 적절한 치료와 적절한 환경이 제공된다면 자폐라고 완치되지 못할 일은 없다.

완치되지 못하는 장애는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의 비가역적인 손상을 말한다. 다리가 잘렸는데 다시 자라게 해달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것이 비가역적인 손상이고 비가역적인 장애다. 자폐는 비가역적 손상도, 장애도 아니다. 따라서 부모의 인식부터 전환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신경정신과 질환과 마찬가지로, 자폐는 명확한 원인과 기전이 밝혀지지 못해 적절한 치료법이 대두돼있지 않다. 뇌의 구조적인 관점과 신경전달물질의 물질적인 관점에서 분석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신(精神)은 물질이 아니기에 자폐를 구조적, 화학적, 물질적으로 접근한다면 치료에 다가갈 수 없다.

자폐 치료를 위해서는 아이의 체질, 성향, 특성을 정확히 파악 후 아이에게 자폐가 발생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이는 부모가 가장 정확하게 할 수 있는 일이며, 의료진의 전문지식은 그 위에 더해지면 된다.

자폐의 원인과 성향을 찾기 위해 부모는 세 가지를 파악해야 한다.

첫 번째, 아이의 선천적인 성향이다. 자폐는 발달기에 발견되는 질환으로, 선천적인 요인에 반드시 영향을 받게 된다. 선천적 요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선천적으로 부여받는 아이의 체질이다. 임신 중 임신부와 태아의 상황, 출산 시의 상황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미숙아로 출생했거나 영양부족, 체중 미달, 심폐기능의 저하나 뇌의 기질적인 허약, 발육 미숙, 활동성 저하, 기면증 성향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선천적인 문제를 조기에 파악해서 조치해 준다면 자폐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이 자폐가 가역적인 상황인지, 비가역적인 상황인지다. 이는 의료진이 아이의 회복 수준이 어디까지인지를 예상할 수 있게 하며, 치료의 강도를 결정할 수 있게 한다. 유전자 이상이라든지, 뇌 손상이 심각한 상황이라든지 등이 비가역적인 손상에 해당한다. 뇌의 구조적 문제나 결손이 심각한 상황이거나, 인지 장애나 신체 발달이 비정상적으로 장애인 경우라면 자폐를 치료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구조적, 기질적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면 아이의 체질이나 현재 증상, 허약 증상, 자폐의 증상에 따라 원인에 대한 치료와 일상 속 관리로 치료 가능하다.

세 번째는 자폐를 유발한 선천적인 성향이, 진료로 내원한 지금까지 어느 정도로 파급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는 아이가 노출됐던 환경, 교육, 치료에 대한 정보가 있어야 가능하다. 이것들이 아이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 부정적으로 작용했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며, 의료진의 치료 외에도 부모나 환경을 교정·지시하기 위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의료진은 아이의 자폐 원인을 파악해 치료하게 된다. 위의 세 가지를 가장 잘 파악해 의료진에게 정보를 줄 수 있는 것은 부모다. 부모는 자녀의 자폐 성향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며, 아이의 증상을 가장 잘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부모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힌, ‘장애’에 대한 개념부터 바뀌어야 한다. 이를 통해 부모는 건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아이를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자폐 치료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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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