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롱코비드와 우울증...코로나 이후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가?

도움말: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

▲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 
2년 만에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는 의무가 해제되었다. 하지만 아직 마스크를 벗는 게 눈치 보이고 어색한 것을 보면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에 너무 많은 변화를 줬다는 생각이 든다.

2021년,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코로나로 영향을 받아 생긴 우울함, 즉 ‘코비드 블루(COVID Blue)’에 대해 연구한 결과, 거의 모든 OECD 회원국에서 코로나 유행 이후 우울증을 진단받은 사람이 2배가량 늘어났다.

주목할 점은 OECD에서 우울증 유병률을 발표한 자료 중 한국의 우울증 유병률은 36.8%로 1위에 오른 것이다. 국민 3명 중 1명이 우울하거나 우울증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OECD에서 우울증을 많이 치료받는 국가들에 비해 1/20 수준의 치료밖에 되지 않는, 사실상 가장 낮은 우울증 치료율을 가진 나라다. 이는 우울증에 대해 더 많은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코로나19 국민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3월과 12월의 조사 결과 비교 시, 코로나 확산이 안정세를 보이며 우울감을 느낀 사람의 비율은 22.8%에서 18.9%로 감소했고, 자살을 생각한 사람의 비율도 16.3%에서 13.6%로 감소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발생 초기와 비교 시 자살 생각에 대한 비율은 40% 증가된 상태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가 차원에서의 관심과 개입이 필요한 상태로 보인다.

이제 일상을 회복할 준비를 곳곳에서 하고 있다. 코로나 회복 이후 겪는 후유증을 ‘롱코비드(Long COVID)’라고 일컫는다. WHO에서는 롱코비드를 ‘COVID-19 발병 후 3개월 이내에 증상이 시작돼, 최소 2개월 동안 지속되는 증상’이라 정의한다. 환자들이 겪는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숨쉬기 답답함, 기침, 가슴 통증, 두통, 근육통, 현기증, 후각 또는 미각의 변화, 생리 주기 변동이 있고, 정신과적 증상으로는 우울감, 피로함, 브레인포그(Brain fog; 머리에 안개가 낀 느낌), 집중력 감소, 불면, 과수면, 감정 기복 등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돼 중증을 앓았던 사람은 경험 자체가 트라우마로 남아 우울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롱코비드 증상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영향으로서 면역체계의 이상과 신경전달 물질의 교란으로 생기는 거라 짐작된다. 또한 거리두기 정책으로 많은 이들이 일상을 잃고 정서적 고립감을 느꼈고, 정서적 지지가 약해지니 우울감과 불안감이 함께 따라오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롱코비드 치료의 목표는 증상을 겪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에 있다. 쉽게 피로감이 느껴진다면 가벼운 신체활동으로 시작해서 조금씩 강도를 올리며 운동을 해 나가는 방법이 좋다. 또한 감소된 집중력과 브레인포그의 영향으로 업무에 바로 복귀하는 게 어렵다면, 재택근무를 하거나 업무시간을 줄인 상태에서 서서히 늘려가는 방법도 있다.

바이러스에 손상된 신체를 회복하기 위해 영양 보충을 충분히 하고 종합 비타민 섭취와 충분한 수면이 필요하다. 명상과 같은 방법으로 스트레스 관리하는 것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럼에도 우울감과 무기력감, 피로감이 지속된다면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필요하면 도움을 받아야 하겠다.

중요한 것은 롱코비드 증상은 코로나 완치자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회복 직후 혹은 수개월 이후에도 롱코비드 증상은 생길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 1/3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회복했기에 앞으로도 롱코비드 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회복 이후 나와 주변 사람에게도 우울감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마음이 많이 아파지기 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건강하게 회복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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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