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고령임신, 나이보다 중요한 '몸 만드는' 과정

도움말: 드림여성한의원 정의경 대표원장

▲ 드림여성한의원 정의경 대표원장 
1년 이상 피임 없이 정상적인 성생활을 유지함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것을 불임(Infertility)이라고 합니다. ‘불’자가 있어 임신이 불가능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임신이 ‘어려운’ 상태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렇다 보니 보통 난임이라는 말이 더 많이 사용됩니다.

전체적인 난임의 발생률 자체는 이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단 기술과 치료 기술의 발달 및 사회적인 만혼 풍조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난임을 진단받는 환자는 점점 늘고 있습니다. 특히 갈수록 개인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 특성상, 첫아이를 가지려 시도하는 나이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는 임신의 성립은 물론 유지, 출산 및 산후 회복에도 불리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연령 증가에 따른 임신능력의 감소는 남성과 여성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만, 상대적으로 여성이 좀 더 많은 영향을 받는 편입니다.

남성은 50세 이상에서 뚜렷하게 임신능력의 저하가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임신 불가능한 연령 자체가 없습니다. 반면 여성은 원칙적으로 월경이 진행되는 시기인 10대~50대에서만 임신이 가능해, 임신이 불가한 연령대가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기간 안에서도 임신이 잘 되는 나이와 잘되지 않는 나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고령 임신이라는 용어는 대체로 여성에게 쓰이는 경우가 많으며,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35세를 기준으로 많이 쓰입니다.

여성의 임신능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바로 난소의 기능입니다. 연령이 증가하면서 난자의 양과 질이 모두 감소하게 되는데, 약 35세를 기점으로 이러한 현상이 급격하게 나타납니다.

이에 대한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대체로 염색체 이상이 나타나는 난자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궁 및 자궁 내막의 상태 역시 연령의 증가에 따라 영향을 받지만, 난소에 비해서는 그 영향이 적은 편입니다.

한의학에서도 연령에 따른 임신능력의 변화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가장 오래된 고서 중 하나인 [素問·上古天眞論(소문·상고천진론)]에서는 여자의 일생을 7년 단위로 구분해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칠(二七:14세)에는 천계(월경 등 여성 생식능력의 총칭)가 이르러 임맥이 통하고 태충맥이 채워져 월경을 하게 되니 자식을 가질 수 있다’고 하며, ‘칠칠(七七:49세)에는 임맥과 태충맥이 허해지고 쇠하며, 천계가 고갈되고 몸의 기운이 저하돼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연령의 증가는 비단 임신의 성립뿐 아니라 유지력에도 영향을 줍니다. 임신 중 크고 작은 문제들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며, 출산까지 성공적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낮아집니다. 상대적으로 순조로운 출산이 어려워져, 산후 회복에도 악영향을 주게 됩니다.

따라서 고령 임신을 준비한다면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적으로 임신을 준비하는 것입니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은 초기에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들을 빠르게 대응하기 어려워집니다.

고령 임신을 포함한 고위험군 임신에서 문제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는 4주에서 8주 사이입니다. 이는 임신 극초기이므로 임신을 계획해서 진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또한 임신의 성립 및 순조로운 유지에 있어, 임신 직전의 몸 상태가 많은 영향을 준다고 봅니다. 따라서 흔히 이야기하는 ‘몸 만드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호르몬 밸런스를 안정시켜 난소 기능을 최대한 강화하고, 자궁 내막의 양과 질을 높여 착상 및 초기 유지가 더 잘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한의학은 ‘미병(병이 되진 않았지만, 되고 있는 상태)’을 치료할 수 있는 특장점을 가졌습니다. 따라서 임신을 위해 몸을 만드는 작업에 많은 힘을 발휘하게 됩니다. 난소나 난관 등 수정까지의 문제를 해결하며 상태 개선에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자궁 내막의 양을 늘리고 질을 개선하는 등 자궁 상태를 높이는 치료는 여성 한의학만의 독자적인 영역이기도 합니다.

또한 고령임신에서 가장 취약한 시점인 임신 극초기의 유지 능력을 향상시키고, 유산을 방지해 순조로운 출산을 준비하는 것 역시 한의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고령임신을 준비하는 환자들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특징은, 시간이 지나가는 것에 너무 많은 신경을 쓴다는 것입니다. 나이 자체에만 너무 집중해,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진행하는 것에만 집중합니다.

하지만 약간의 시간 투자로 임신을 위한 몸의 준비가 더 잘될 수 있다면, 이로 인해 임신의 성공률을 더 높일 수 있다면 그 투자는 절대 아까운 것이 아닙니다. 보다 긴 호흡으로 접근해 계획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고령 임신은 난임, 즉 어렵다는 것뿐이지 절대 불임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실제로 많은 고령 임신부들이 임신과 출산을 성공적으로 해내고 있으니, 긍정적인 마음으로 희망을 갖고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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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