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눈에 주사를!”... 망막질환에 효과적인 눈 속 항체 주사치료

도움말: 서울퍼시픽안과의원 조준희 대표원장

'눈 질환'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충혈되고 눈곱이 끼는 결막염이나 건조하고 뻑뻑한 건조증 같은 질환들이 먼저 떠오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질환들은 쉽게 겪을 수 있지만, 사실 눈 건강에 치명적인 병은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안과적 질환은 눈의 가장 깊은 안쪽, 망막에 일어나는 질환입니다.

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되는 부위로, 빛이 눈 속으로 들어오면 빛을 받아들여 생체 전기신호로 바꾼 뒤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망막의 신경 조직으로 한 번 손상되면 재생이 되지 않아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기기 쉽습니다.

또한 망막은 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므로 안약이나 먹는 약으로는 망막까지 약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약효를 기대하기 어려워 치료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망막에 발병하는 대표적인 질환인 당뇨망막병증, 망막혈관폐쇄, 황반변성 등이 실명의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레이저 치료나 수술이 망막질환에 대한 주된 치료법으로 일부분의 질환에서만 스테로이드 약제를 눈 속으로 주사하는 눈 속 주사 치료를 시행해왔습니다. 그러나 근래에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일명 항체 주사제라는 약물들이 개발되면서 눈 속으로 직접 약물을 주입하는 눈 속 주사치료가 보다 많은 질환에서 널리 시행되고 있습니다.

눈 속 주사치료는 눈 주위를 깨끗이 소독하고, 흰자 부위인 결막을 통해 주사바늘을 찔러 약제를 눈 속으로 주입합니다. 이때 약물이 주입되는 눈 속 공간을 유리체강이라고 불리기 때문에 유리체강내 주사 치료라고도 합니다. 주사 이후에는 안구 내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항생제 안약의 점안이 필요하며 정기적으로 안과에 내원하여 경과를 확인합니다.

근래에 눈 속으로 주사하는 약물은 대부분 항체 주사제인데, 이는 혈관내피성장인자라는 것을 억제하는 약물입니다. 병을 앓고 있는 망막은 대부분 혈류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만성적인 산화스트레스로 인한 염증 상태에 놓여 있는데, 이때 눈 속에는 혈관내피성장인자라는 것이 급격히 많아지게 됩니다. 이러한 혈관내피성장인자는 망막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을 자라게 하거나 상의 초점이 맺혀야 하는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이 붓게 만드는 등 망막의 상태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이를 억제해 치료효과를 보는 것입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약물로는 아일리아(Eylea®, aflibercept), 루센티스(Lucentis®, ranibizumab), 비오뷰(Beovu®, brolucizumab), 아바스틴(Avastin®, bevacizumab) 등이 있습니다.

특히, 습성 노인성 황반변성의 1차 치료법으로 항체 주사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습성 황반변성은 급격하게 시력이 악화돼 실명할 수 있는 질환이므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광역학치료 등 망막에 레이저를 조사하는 치료법이 시행되었으나 치료효과는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항체 주사치료가 도입되면서 반복적인 주사를 통해 더 이상의 시력악화를 막고 시력 개선까지 기대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레이저를 이용한 시술이나 수술 등에 비해 일상생활에 영향을 거의 주지 않고 비교적 간편하게 시술이 가능합니다.

또한 당뇨병성 황반부종, 망막혈관폐쇄에 동반된 황반부종 등 다양한 망막질환에서 우수한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으로 인하여 망막의 모세혈관이 망가지고, 망막의 혈액순환장애가 일어나는 합병증입니다. 당뇨를 앓은 기간이 길수록, 당뇨 조절이 안 될수록 발병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당뇨 환자라면 반드시 정기적 안과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망막혈관폐쇄는 일종의 뇌졸중이 망막내부에 생긴 것으로, 혈관이 막혀 해당하는 망막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적절한 시기에 주사치료나 레이저 치료를 시행하지 않으면 영구적인 손상을 남기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항체 주사치료는 보통 주사 후 약효가 1~2개월 후에는 없어지기 때문에, 질환이 안정될 때까지 반복적인 주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시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병의 경과를 확인해야 하므로 정기적인 안과 경과 관찰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