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강남베드로병원 윤강준 대표원장(신경외과 전문의)
지난 주말 찾아온 ‘성탄 한파’. 겨울의 중심에 서있다는 생각에 반갑기도 하면서도 한편으로 날카로운 찬 바람에 ‘삼차신경통’으로 고생하는 이들이 있진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삼차신경통은 얼굴 부위 감각과 씹는 근육, 온도 감각을 관장하는 삼차신경이 주변 혈관 압박으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삼차 신경은 우리 뇌에 있는 다섯 번째 뇌 신경으로, 세 갈래로 나눠진다고 해 ‘삼차 신경’이라 부른다.
이는 출산의 고통보다 더 고통스러운 통증을 유발한다. 통증 평가 척도인 ‘바스(VAS) 스코어’에 의하면 출산은 8, 9점, 삼차신경통은 10점까지도 기록했다. 실제로 삼차신경통 환자들은 ‘칼로 얼굴을 찌르는 듯하다’, ‘불시에 누가 내 얼굴을 때리는 것처럼 아프다’, ‘전기 통하는 것처럼 얼굴이 찌릿찌릿하다’라고 통증을 호소한다. 대부분 동맥, 정맥 같은 주변 혈관 압박을 받아 발생하지만, 10% 미만에서 뇌종양, 뇌동맥류 등 특정 질환에 의해 삼차신경이 손상돼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삼차신경통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한 다음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특정 질환으로 삼차신경이 손상됐다면 해당 질환을 치료하면 되지만, 혈관 압박에 의해 손상됐다면 ‘미세혈관감압술’로 치료해야 한다. 미세혈관감압술은 귀 뒷부분에 4~5cm 가량 절개 후 삼차신경과 뇌혈관 사이에 수술용 스펀지를 삽입한 다음 신경과 혈관을 분리하는 신경외과적 치료법이다. 이는 원인적으로 접근한 치료법으로,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시행돼 왔다.
필자는 다년간 삼차신경통을 미세혈관감압술로 치료하면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맞춤형 미세혈관감압술’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방식보다 회복기간도 짧은 편이다. 또 뇌혈관 치료에 특화된 미세 현미경을 활용해 정확하고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함으로 재발을 방지하는 데 탁월하다.
삼차신경통은 하나의 혈관 압박으로 발생하기 보다 2~3개 혈관 혈관 압박으로 발생하기 쉬움으로, 시술 시 꼼꼼함과 정확성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압박하는 혈관을 모두 분리해주지 못할 경우 언제든 극심한 고통이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뇌 신경을 다루는 치료법이다 보니 수술에 필요한 장비를 갖춘 병원에서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가진 의료진에게 받는 것이 좋다.
뾰족한 예방법이 없어 더 무서운 삼차신경통. 이는 특별한 외상 없이 간헐적으로 극심한 얼굴 통증이 나타나는 탓에 방치하기 쉽다. 하지만 삼차신경통을 방치할 경우 얼굴 근육이 수축돼 얼굴이 틀어질 수 있어 조기 진료가 중요하다.
다가오는 주말에도 한파가 찾아온다고 한다. 매서운 바람에 갑작스러운 얼굴 통증, 극심한 두통이 느껴진다면 가까운 신경외과에서 진단장비를 통해 정확한 원인 파악 후 필요한 치료 계획을 세우길 바란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