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디지털 시대에 만연해지는 '성인 ADHD'에 대하여

도움말: 한국아동발달마곡센터·한국심리상담마곡센터 나혜정 대표

▲ 나혜정 한국아동발달센터·한국심리상담마곡센터 대표 

내가 깜빡 잘 놓치는 이유가 성인 ADHD라고?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만남의 영역이 좁아지고 여가를 마음껏 즐기기도 어려운 것들은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동일할 것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족 내의 정신건강도 더 취약해지는 경우가 빈번하고, 그럴수록 정신적인 건강이 더욱 중요해짐이 강조되고 있다.

필자는 코로나 시대에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시회적인 인식 부족으로 인해 문제가 되는, 심리적인 증상 중 하나인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Deficit/Hyperactivity Disorder이하 ADHD)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9년 전 서울시가 초․중․고 학생 2,67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13.2%가 ADHD로 진단됐다. 국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통계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의 ADHD 진단 비율이 2002도 801명에서 2012년도 2290명으로 2.86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도 이후로는 급속도로 시각 매체가 늘어났으며, 디지털 시대로 갈수록 초등학교 현장에서는 ‘한 교실에 20% 이상을 차지한다’는 보고는 지나치기 어려울 수준이다.

ADHD는 부주의와 과잉행동, 충동성이 주요한 특징으로,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적인 결함을 유발하는, 만성적이며 전 생애적인 장애라는 점이 필자가 마음이 쓰이는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ADHD 진단을 받은 아동·청소년들의 60~80%가 성인이 되어서도 증상을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아동․청소년기의 과잉행동은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줄어들지만, 충동성이나 부주의 문제는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적으로 유지되며 ADHD 장애의 또 다른 정신 장애들을 동반한다.

대표적으로는 적대적 반항장애, 기분장애, 불안장애, 학습장애, 물질남용, 성격장애 등이 보고되고 있다. 실제로 ADHD로 인한 증상들로 인한 2차적인 문제로 나타나는 심리적인 요인 중 우울증이나 불안장애인 경우도 적지 않다.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아동기 ADHD 진단을 받았었고, 청소년기를 지나가거나 성인이 되었다면 성인 ADHD에 대한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아동기의 ADHD 문제와 관련된 어려움을 살펴보자면, 사회성 기술이 부족하고 과잉행동과 충동성으로 인해 또래들에게 집단 따돌림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또한 흔히 동반되는 학습장애로 인해 학업성적이 저조한 경우가 흔하다.

가정에서는 부모의 지시에 순종하지 않거나 반항하는 행동으로 부모와 잦은 갈등을 보이며, 신체적 폭력, 공격적인 말투, 상황을 거짓 조작하는 행동으로 형제자매들과도 잦은 다툼이 일어난다. 시간이 흘러 청소년이 되면서 과잉행동은 감소하지만, 부주의와 충동성 그리고 내적인 불안정은 여전히 주요한 문제로 남아있게 된다.

유년기 이후 학업을 수행할 때 반복적인 실패와 부정적인 경험으로 인해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고, 일부 ADHD 청소년들은 적대적 반항성 장애나 품행장애를 동반하면서 비행을 저지르게 된다. 이러한 전반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학교에서 퇴학이나 자퇴 혹은 학교를 옮기는 경우도 있다.

다행인 것은 적절한 상담과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부모의 일관적인 양육이 동반된 경우에 일부 ADHD 아동·청소년은 성인이 되면서 증상이 사라지기도 한다.

성인 ADHD는 때로는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건망증을 비유한 말로, 불필요하게 과장한 것은 아닌가?’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성인 ADHD 증세는 의학적인 실체가 있으며, 그 뿌리 역시 어린 시절 겪은 ADHD에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다.

성인 ADHD를 확진할 때 의심 환자가 12세 이전에 ADHD 증상을 보였는지를 확인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증상이 남아있게 되면 성인 ADHD는 사회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어려움을 경험하는데, 부주의 문제로 인해 일상적이고 사소한 업무수행에서도 어려움을 보인다. 특히 지시를 듣고 일련의 절차에 따라야 하는 과제나 업무를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자주 잊어버린다.

또한 업무를 조직적으로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효율적으로 처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경험하게 된다. 예로, 처리해야 할 업무를 마감일 전까지 제출하지 못하게 되어 상사나 동료들에게 신뢰감을 잃는 경우가 잦을 수 있다.

조기진단을 받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는, 대부분의 내담자들이 상담 치료와 약물치료 과정에서 ‘조금 더 일찍 알고 치료와 상담을 했더라면 지금보다는 긍정적이고 성공적인 경험을 더 많이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불안한 정서 상태와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주의력이 계속 유지가 안될때는 무엇보다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위해 실질적인 성인 ADHD 환자의 일상의 예를 들어본다.

①일을 하다가 5분 만에 갑자기 다른 생각이 나면서 하던 일을 자주 멈춰 제 때에 일의 수행을 끝내지 못할 경우가 많고 ②음식 주문을 하려 했다가도 뭘 주문하려 했는지 깜박하거나, 주문 시에 다른 걸 주문하기도 하는 일이 빈번하다.

③그리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잘 잊어버리거나, 수납장에 넣어놓지 못하고 잘보이는 곳에 물건을 다 꺼내 놓고 생활하는 경우, 그 조차도 원하는 물건들을 쉽게 찾지 못하고 필요 시 마다 매번 물건을 찾느라 시간을 많이 쓴다.

④어떤 일을 하더라도 자주 싫증나고 재미없고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많다.​ ⑤그렇다 보니 과제나 일을 앉은 자리에서 끝낸 적은 거의없고 수업이나 근무 시간이 되면 5분만에 마음과 생각이 다른 세계를 찾아 떠날 때가 많아서 좋은 성적을 얻기가 어렵고 일의 성과도 올리기 쉽지 않다.

⑥사람에게도 처음에 가졌던 관심이 금방 사라지고 싫증나니 당연히 연속된 관계 유지가 어렵고 여자친구나 남자친구도 자주 바뀌는 걸 볼 수 있다.

위의 6가지 예에서 1~5에 모두 해당이 되어 어려움을 느끼고 특히 집보다 사회생활에서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우려를 받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이 증상들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의 전형적인 증상들이라고 볼 수 있다.(단, 위의 증상이 화난 상황 이거나 특정 사건의 이슈가 아닐 때 진단할 수 있다)

어릴 때 ADHD를 판정받았고 치료받으면서 완화돼 성인이 된 후로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어떤 스트레스가 갑자기 많아지거나 해야 할 일들이 복잡해지면 여전히 같은 증상으로 힘들어할 수 있다. 성인이기에 대응 방식이 달라졌을 뿐 그 고통에서는 여전히 못 헤어나고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마음 아픈 사실은 스스로 고치고 싶어도 항상 규칙에 적응하기 힘들기때문에 조절의 문제가 평생 따라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마지막으로, 방치는 미래의 더 좋은 꿈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좌절을 덧씌우고 불안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방치하지 말고 상담센터나 정신의학과를 방문하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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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