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OPAL세대를 위한 라이프코칭⑥ 걷다 보면 길이 된다

도움말: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김미양 회장

▲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김미양 회장

지난달, 시니어 재취업을 위한 유의미한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는 필자가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시니어벤처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서울기술교육센터의 ‘청년 및 중장년 취·창업 지원 협력을 위한 업무 협약식’이었다.

대한상공회의소 서울기술교육센터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의 교육 기관이다. 센터는 끊임없이 급변하는 사회 환경에 대응하고 산업현장 수요 중심의 교육 훈련을 실시, 청년실업 및 중소기업의 인력난 해소 등을 위해 다양한 교육 훈련을 운영한다.

또한 시니어벤처협회는 중소벤처기업부 제2017-7호 설립인가의 사단법인이다. 협회는 시니어(만 40세 이상)의 창업 진흥 및 창업교육, 재취업 서비스 지원 등 다채로운 사업을 통해 시니어 창업가와 전문가 인력을 양성하며 개인 및 국가 경제의 발전과 부흥에 기여하고 있다.

양 기관이 업무협약을 한 이유는 ▲청년 및 중장년의 취·창업에 필요한 과정을 개발 및 운영하고 ▲청년 및 중장년의 일자리 창출에 필요한 HR협력사업을 추진하며 ▲기업 특강, 멘토링, 프로젝트 참여, 채용연계 지원 등을 통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 배출을 위해서다.

특히 시니어벤처협회는 시니어라이프코칭전문가, 시니어생애설계전문가, 시니어 재취업전문가, 시니어창업지도사, 퇴직설계컨설턴트, 시니어개인투자조합전문가 등의 자격증 운영과 발급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더욱 시니어들의 재취업을 위한 내실있는 교육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그동안 청년들의 취업에 관심있던 기관이 시니어들의 창업과 재취업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던 기관과 업무협약을 하는 이유는 ‘고령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문기술 교육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맞춤형 기술인재를 양성한 대한상공회의소 서울기술교육센터의 이무상 센터장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경륜이 풍부한 현장인력이 은퇴 후 사회적으로 기여하면서 보람을 얻고, 경제적인 도움을 얻으며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시니어 재취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많은 시니어는 오랜 시간 축적한 지식과 경험, 재능을 가지고서도 은퇴라는 벽을 만나는 순간 막막함을 느낀다. 은퇴한 중년들은 ‘30년을 관리직으로 일하다 퇴직했는데도 어디 써먹을 데가 없다’고 종종 한탄하기도 한다.

지난 3월 중장년을 대상으로 전직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금융권에서 임직원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실시한 적이 있다. ‘전직지원서비스를 받아 본 적이 있냐’는 질문에 “그런 프로그램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편히 교육을 받으러 갈 수 있었겠느냐? 그런데 막상 회사를 사직하고 나니 교육을 받을 기회를 놓친 것이 후회된다. 만약 그런 교육을 받았더라면 지금처럼 막막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답해, 전직지원교육이 이제라도 법제화되어 실시되는 것이 시니어의 재취업을 위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다.

그런데 시니어 재취업은 꼭 관리직이나 기업에 소속돼 있던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에 한 번 주목해 봐야 할 것이다. 시중에 도는 우스갯소리에 ‘고령화로 과거보다 결혼 지속 기간이 길어졌기에 일정시기에 도달하면 책임을 묻지 말고 이혼을 허락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직업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일정기간 일을 하다 노인이 되면 자녀의 봉양을 받으며 어른으로 여생을 마무리하면 됐다. 하지만 이제는 생존 기간이 길어지고 노동 시간이 길어져, 노동의 강도가 센 일을 업으로 하고 있던 사람은 시니어가 되면 일자리를 바꾸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해마다 봄이 되면 화원에 가서 봄꽃을 사와 사무실 부근을 장식하곤 한다. 어느 날은 아는 동생의 소개로 도매가격의 좋은 조건에 꽃을 주시는 화원 여사장님과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

여사장님은 “이제 이 일을 그만두고 싶다”며 “내가 시인이니까 상담공부를 해서 독서치료로 상담 같은 것을 하며 남은 생을 보내고 싶다. 그래서 내년에는 대학원을 갈까 한다”고 하소연을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꽃을 접하는 직업이니 얼마나 좋을까’ 했는데, 늘 흙을 만지며 물주고 관리하는 일이 이제는 벅차시다니 그 힘듦이 느껴졌다.

앞으로 독서치료를 하고 싶다는 그 마음에 도움을 주고자 “그동안 하시던 일이 꽃을 다루는 일이니 원예치료를 한번 해보세요. 특히 나이 드신 분들에게 효과적이고 학교교육현장에서도 수요가 많아질 상담 분야에요”라고 조언을 해드렸다. 그랬더니 “이제는 꽃은 만지고 싶지 않다”는 답이 돌아와, 한평생 해 온 일을 떠나 새로운 일을 하고 싶은 갈망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래서 “너무 싫으시면 전혀 새로운 일을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좋은 상담대학원 알려드릴게요”하고 마무리 지었다. 이처럼 자신의 경력과 관련이 없는 일을 앞으로 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이도 있다.

전 세계가 고령화 시대로 들어서면서 나라마다 시니어들의 경험과 지혜를 사회에 어떻게 녹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제도적으로 많은 뒷받침을 하는 것도 필요하고 이미 국가가 만들어 놓은 제도를 이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취업 당사자의 의지이다. ‘왜 일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 보고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보면 길이 보이지 않을까?

처음부터 길이 있는 것은 아니다. 걸어가다 보면 길이 생기기도 한다. 초고령화 사회를 처음 맞은 우리는, 그래서 선구자적인 마음으로 그 길을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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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