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다리의 근육이 줄어들 듯, 목소리를 생성하는 성대 근육 역시 세월의 흐름에 따라 위축된다. 만약 쉰 목소리가 장기간 회복되지 않거나 고음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는 단순히 기력이 쇠한 탓이 아니라 ‘노인성 발성장애’라는 의학적 상태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특히 이러한 음성 변화는 단순한 노화 현상을 넘어 초기 후두암이나 폐암, 갑상선암과 같은 중증 질환의 조기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전문적인 진단이 필수적이다.
노화로 인해 성대 근육이 위축되면 발성 시 양쪽 성대가 완전히 밀착되지 못하고 미세한 틈이 발생한다. 이 틈으로 호흡이 새어 나가면서 특유의 쉰 소리가 유발되는 것이다. 또한 소리의 진동을 담당하는 조직인 ‘성대고유층’이 노화로 인해 점차 얇고 딱딱해지는 것 역시 목소리 변성을 가속화하는 핵심 기전이다.
이러한 변화는 성별에 따라 대조적인 양상을 띤다. 남성의 경우 성대 위축으로 인해 목소리가 거칠고 무력해지며, 큰 소리나 고음을 구사하는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 반면 여성은 폐경 이후 호르몬 체계의 변화로 남성호르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면서, 목소리 톤이 이전보다 낮아지고 탁해지는 경향을 보인다.
노화는 성대 자체의 변화뿐 아니라 구강 내 환경의 변화도 동반한다. 침샘 기능 저하로 입안이 건조해지고 목 점막의 정화 능력이 약해짐에 따라, 분비물 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가래가 늘었다고 느끼기 쉽다. 아울러 식도 입구 근육의 약화로 인한 인후두 역류 질환의 증가는 성대 점막에 지속적인 자극을 주어 음성 질환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점은 쉰 목소리라는 단일 증상만으로는 그것이 단순 노화인지, 혹은 성대 결절이나 물혹, 나아가 악성 종양에 의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초기 성대암이나 신경을 침범한 폐암, 갑상선암의 경우 쉰 목소리가 유일한 초기 증상으로 나타나는 사례가 빈번하다. 따라서 증상이 지속될 시 이비인후과를 방문하여 후두 내시경을 통한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에는 노인성 발성장애를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으로 치부하며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사회활동이 활발한 ‘액티브 시니어’가 증가함에 따라, 발성 장애를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질병으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다행히 성대 결절이나 육아종 등은 악성으로 진행되지 않으며, 노화로 인한 발성장애 역시 현대 의학으로 충분히 개선이 가능하다. 주 1회 시행되는 음성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성대 기능을 점진적으로 회복하거나, 성대의 틈을 직접 메워주는 성대 주입술을 통해 음성의 질을 즉각적으로 향상할 수 있다.
노년기의 목소리 변화는 단순한 세월의 흔적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일 수 있다. 대부분의 음성 질환은 조기 발견 시 완치가 가능한 만큼, 변화를 방치하지 않고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영위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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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