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3월 둘째 주는 전 세계적으로 녹내장의 위험성을 알리고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세계 녹내장 주간’이다. 녹내장은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한 예방적 관리가 무엇보다 강조되는 질환이다.
흔히 녹내장(綠內障)이라는 명칭으로 인해 안구의 색이 녹색으로 변하는 병이라 오해하기 쉬우나, 대다수의 녹내장은 외관상의 색 변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다만 일부 급성 녹내장의 경우 안압이 급격히 상승함에 따라 각막 부종이 발생하여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거나 빛 번짐 현상이 동반될 수 있다.
녹내장의 본질은 안구에서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시신경이 손상됨으로써 시야 결손이 발생하는 데 있다. 특징적인 시신경의 형태학적 변화와 함께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기능적 이상이 동반되는데,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현대 의학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비가역적 특성으로 인해 녹내장은 전 세계적으로 실명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서서히 퇴행하는 만성 질환이기에 초기에는 환자가 인지할 만한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방각 녹내장은 시신경 손상이 주변부 시야부터 시작되어 중심 시력은 말기까지 유지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환자가 일상에서 이상을 느낄 때는 이미 시야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경우가 많다. 진행 단계에 이르면 계단을 헛디디거나 주변 사물을 자주 놓치고, 운전 중 표지판이나 신호를 인지하지 못하는 등의 실질적인 장애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발생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은 안구 내 액체인 방수의 배출 저항이 증가하여 안압이 상승하거나,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불구하고 시신경이 손상되는 형태를 취한다. 이외에도 방수 배출 구조가 갑자기 폐쇄되어 안압이 급등하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 스테로이드 약물 오남용과 관련된 경우, 그리고 백내장·포도막염·당뇨망막병증 등 타 안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이차성 녹내장’ 등이 존재한다. 드물게는 영유아기에 발생하는 선천 녹내장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급성 폐쇄각 녹내장의 경우 갑작스러운 안통과 두통, 시력 저하, 구역감 등을 동반하므로 즉각적인 의학적 조치가 요구된다. 또한 녹내장은 양안 모두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으나 각 눈의 진행 속도가 상이하여, 상대적으로 건강한 눈이 결손된 시야를 보완함으로써 증상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녹내장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단순 안압 측정을 넘어선 정밀 검사가 수반되어야 한다. 시야 검사를 통해 손상 정도를 평가함은 물론, 시신경 사진 촬영과 광간섭단층촬영(OCT)을 통해 시신경의 구조적 변화를 면밀히 분석한다. 최근에는 혈류 정보를 참고하기 위한 OCT 혈관조영검사(OCTA) 등 첨단 장비가 진단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치료의 주된 목표는 완치가 아닌 진행을 최대한 억제하여 잔존 시야를 보존하는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안압 하강 점안제를 사용하는 약물 요법이며, 약물로 조절이 불충분할 경우 레이저 치료나 수술적 방법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환자의 회복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침습적 수술법도 다양하게 도입되고 있다.
녹내장은 특별한 전조증상 없이 시력을 앗아가는 질환이지만, 조기 발견을 통한 꾸준한 관리만 뒷받침된다면 시 기능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40세 이상의 성인이나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 혹은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위험군은 증상의 유무와 관계없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생활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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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