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는 걸까, 도움일 필요할까?”… 영유아 발달지연, ‘골든타임’ 잡아야

▲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아이가 또래보다 언어 습득이 늦거나 보행 시작 시기가 지체될 때 부모가 느끼는 심리적 중압감은 상당하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주변의 막연한 위로에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발달상의 결함 가능성을 우려하며 고심하게 된다. 영유아기의 발달 상태는 생애 전반의 건강 및 사회적 적응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므로, 미세한 지연 신호도 간과하지 않는 세심한 관찰과 학술적 접근이 요구된다.

발달지연이란 해당 연령대의 아동에게 기대되는 평균적인 발달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를 일컫는다. 이는 단일한 질병이라기보다 운동, 언어, 인지, 사회성 등 다양한 영역 중 하나 이상이 또래에 비해 유의미하게 지체된 현상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특히 대운동 및 미세운동, 언어, 인지, 사회성, 일상생활 능력 중 두 가지 이상의 영역에서 지연이 중첩될 경우 이를 ‘전반적 발달지연’으로 규정한다. 발달은 일정한 위계와 순서를 지니며 진행되기에, 특정 임계 시기에 성취해야 할 기능이 현저히 늦어진다면 반드시 전문적인 평가를 수반해야 한다.

발달지연의 원인은 다각적인 측면에서 고찰되어야 한다. 염색체 이상, 선천성 뇌 발달 부전, 미숙아 출생 및 주산기 손상, 저산소증, 감염, 대사 이상 등 생물학적 요인이 주요한 기제로 작용한다. 아울러 양육 환경의 결핍이나 모체의 임신 중 음주 및 약물 노출 등 환경적 요인 역시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구체적으로 운동 발달의 지체는 뇌성마비나 신경·근육 질환과 연관될 수 있으며, 언어 발달의 지연은 청력 저하나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특성에서 기인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연령별 발달 지표에 따른 위험 신호를 파악하는 것 또한 긴요하다. 생후 4~6개월이 경과하여도 두부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거나, 9~10개월에 이르러서도 지지물을 붙잡고 서지 못하는 경우에는 정밀 점검이 필요하다. 15개월 이후에도 독립 보행이 불가능하다면 대운동 발달을 평가해야 하며, 만 2세가 지나도록 이단어 조합 문장을 구사하지 못하거나 비언어적 몸짓에만 의존하는 경우 언어 발달 평가가 강력히 권장된다. 또한 시선 맞춤이 어렵거나 호명 반응이 저조하고 또래와의 상호작용이 결여된 모습이 지속된다면 사회성 발달의 추이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의학계에서는 영유아기를 뇌의 가소성이 극대화되는 시기로 정의한다. 이 시기에 적절한 자극과 개입이 이루어질 경우 뇌의 신경망 재구성을 통한 기능 향상 효과가 매우 탁월하며, 조기 치료는 정상 발달 궤도에 진입할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진단은 부모의 관찰 기록과 병력 청취를 기초로 한 발달 선별검사로부터 시작되며, 사안에 따라 정밀 발달검사, 혈액검사, 뇌 영상 검사(MRI), 뇌파검사 등을 병행하여 병인을 규명한다. 국가에서 시행하는 영유아 건강검진의 발달 평가 체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실효성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치료 전략은 원인과 지연 영역에 의거하여 물리치료, 작업치료, 언어치료, 인지치료 등 맞춤형 재활치료를 골자로 수립된다. 궁극적인 목표는 아동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현시키고 이차적 장애를 최소화하여 일상생활 및 사회 적응 능력을 제고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소아청소년과를 비롯하여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이비인후과 등 다학제적 협진 체계가 요구되기도 한다. 발달지연은 막연한 대기보다 과학적인 평가를 통해 적기에 치료를 개시하는 것이 아동의 성장 궤적에 결정적인 차이를 생성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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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훈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