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추각막병증 및 근시 교정 기반 기술 플랫폼 개발"

▲ 사진제공=연세의료원

원추각막증 치료와 시력 교정에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개발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김태임 교수와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 부산대 유기소재시스템공학과 김기수 교수 연구팀은 각막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환자의 통증과 감염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원추각막 치료 및 시력교정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 IF 19.0)’에 게재됐다.


▲ (좌측부터) 김태임 교수, 한세광 교수, 김기수 교수 

원추각막증은 각막이 점차 얇아지고 뾰족해지고 결국에는 뒤틀려 시력에 지장을 주는 비염증성 진행성 각막 질환이다. 보통 10대에 발생해 점차 진행되며 사물이 번져 보이고, 시력이 떨어질 수 있다. 진행을 막기 위해 기존에는 ‘드레스덴 프로토콜’이라 불리는 시술이 이뤄졌다.

드레스덴 프로토콜은 각막 상피를 제거한 뒤, 30분간 리보플라빈(비타민 B2)을 점안하고 30분 동안 자외선을 조사해 각막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치료 효과는 입증됐지만, 상피를 제거하면서 생기는 극심한 통증과 감염 위험이 동반되고 긴 회복 기간이 소요돼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연구팀은 각막 상피를 그대로 둔 채 치료가 가능한 상피투과성 각막 교차결합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의 핵심은 ‘빛을 바꾸는 렌즈’와 ‘각막 투과 광염료’ 두 가지다. 먼저 근적외선 같은 인체에 비교적 안전한 낮은 에너지의 빛을 받아 자외선·청색광으로 바꾸는 상향변환 나노입자를 설계했다. 이 나노입자를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든 콘택트렌즈 안에 균일하게 집어넣어, 렌즈 자체가 작은 광원처럼 빛을 내도록 만들었다. 해당 렌즈는 가시광선 투과율이 88.7%에 달해 일반 시야 확보에도 무리가 없다. 겉으로는 평범한 렌즈지만, 근적외선이 들어오면 렌즈 안에서 자외선·청색광 등 필요한 빛만 골라 보내는 ‘빛 필터이자 빛을 만들어 내는 작은 공장’의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안구 표면에 접착력이 우수한 생체 고분자인 히알루론산에 리보플라빈을 결합한 ‘히알루론산-리보플라빈(HA-RF) 접합체’를 만들었다. 기존 리보플라빈 용액은 각막 상피를 거의 통과하지 못해 상피를 제거해야 했는데, 히알루론산은 눈물처럼 끈기가 있어 눈 표면에 오래 머물고, 상피세포와도 상호작용이 우수해 리보플라빈이 각막 상피를 통과해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돕는다.

히알루론산-리보플라빈 접합체는 기존 리보플라빈 용액과 비교해 각막 상피를 통과하는 약물 전달 효율이 약 3.7배 높았다. 동물실험에서도 치료 후 4주 동안 염증, 각막 혼탁, 내피세포 손상과 같은 주요 부작용 또한 관찰되지 않았다. 상피를 보호하면서도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확인했다.

김태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원추각막 환자에게 통증과 감염 부담이 적고 치료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치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각막이 약해지는 다른 질환 치료에도 응용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세광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각막 상피를 보존하면서 환자의 통증과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원추각막 치료 및 시력 교정 플랫폼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의 BRIDGE 연구 프로그램, 기초연구사업, B-IRC 사업과 (재)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Korea Medical Device Development Fund)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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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