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의료 기술의 발전 덕분에 전체 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993~1995년 42.9%에서 2014~2018년 70.3%로 크게 상승했다. 한국인이 흔하게 걸리는 위암은 44%에서 77%로,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진 폐암도 12.5%에서 32.4%로, 간암 역시 11.8%에서 37%로 생존율이 대폭 개선되는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췌장암은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 췌장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1993~1995년 10.6%에서 2010년 8.5%로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2018년 12.6%, 2022년 16.5%로 다소 상승했으나, 여전히 국내 10대 암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른 암에 비해 생존율 개선 폭이 매우 미미하여 ‘최악의 암’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췌장암의 생존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는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진단 시점에 이미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8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췌장암은 ‘침묵의 암’이라고 불린다. 췌장은 소화효소를 분비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과 글루카곤 호르몬을 분비하는 중요한 기관으로, 머리, 몸통, 꼬리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 중 십이지장과 가까운 췌장 머리 부분에서 암 발병률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췌장이 위 뒤쪽 깊은 곳, 등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어 일반적인 복부초음파로 발견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췌장암을 의심할 만한 결정적인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식욕 감소, 체중 감소, 복통 등 비특이적인 증상이 대부분이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다만, 암이 진행되어 증상이 늦게 나타날 때는 특징적인 변화를 보일 수 있다. 췌장 머리 쪽에 암이 생기면 담즙 배출이 막히면서 황달이 발생하고, 눈과 피부가 노랗게 변하며 소변이 진해진다. 반면, 몸통이나 꼬리 부위의 암은 통증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췌장암은 주로 췌장관의 점막세포에서 발생하며, 흡연자, 만성 췌장염 환자, 당뇨병 환자,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특히 40대 이후 당뇨가 새로 생기거나 기존 당뇨 조절이 갑자기 나빠진 경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명치 부위의 불쾌한 통증이 지속되거나 당뇨가 급격히 악화될 때는 복부 CT 검사 등을 통해 췌장 전체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진단은 혈액검사에서 간수치나 종양표지자(CA19-9) 상승으로 의심할 수 있으며, 영상검사로 확진한다. 영상으로 명확하지 않은 작은 병변은 초음파가 장착된 특수 내시경인 내시경초음파(EUS) 검사가 고해상도로 병변을 확인하는 데 도움을 주어 조기 진단에 유용하다.
치료는 암이 간이나 폐 등 타 장기로 전이되지 않고 주변으로만 퍼진 상태라면 동맥 침범 정도에 따라 수술적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그러나 진행 정도가 심한 경우 암 진행을 억제하고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하며,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한 보조 항암치료도 중요하다.
췌장암은 조기 발견이 어렵지만, 고위험군은 정기 검진을 통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가장 확실한 예방법은 금연, 절주, 균형 잡힌 식습관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관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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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