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로 오인하기 쉬운 ‘다리 저림’, 혈관성 질환 ‘하지정맥류’ 주의해야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윤강준 대표원장

▲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윤강준 대표원장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은 다리 저림과 통증을 척추 질환에 의한 하지방사통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에 따라 관련 증상 완화를 위해 물리치료 등 척추 질환에 초점을 맞춘 치료를 받는 사례도 많다. 그러나 실제로는 척추 질환과 무관한 혈관성 질환인 ‘하지정맥류’일 수도 있어 환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척추 질환자들 중에는 하지정맥류 증상을 함께 앓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척추 질환으로 인한 신경성 하지방사통과 하지정맥류로 인한 통증은 증상이 매우 유사해 그 원인 기전을 혼동하기 쉽다. 이로 인해 잘못된 진단이나 치료를 받을 위험이 높으며, 치료 과정에 차질을 겪을 가능성도 커진다. 특히 50대 이상 연령대에서 나타나는 하지 저림 증상은 척추 질환과 같은 신경계 질환뿐 아니라 혈관성 질환에 의한 증상일 가능성도 있으므로, 전문의 진단을 통한 정확한 원인 파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허벅지 이하에 분포한 하지정맥계는 체내 혈액의 70%가 흐르는, 혈류가 많이 몰리는 부위 중 하나이다. 다리 정맥은 중력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혈액이 정체되기 쉽다. 그런데 정맥계에 이상이 생기면 혈액이 심장 쪽으로 흐르지 못하고 다리에서 역류하며 정체를 일으키게 된다. 이 과정에서 다리에 고인 피가 주변 혈관을 압박하여 불필요한 확장을 일으키고, 정맥 내 압력이 높아지면서 만성적으로 상승하면 결국 하지정맥류를 유발할 수 있다.

하지정맥류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부종, 저리고 쥐나는 느낌, 다리가 무겁게 느껴지는 증상이 있으며, 이 외에도 작열감, 피로감, 경련 등을 겪을 수 있다.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하지정맥류로 인한 다리 저림은 척추 질환으로 인한 방사통과 원인이 전혀 다르며 통증 양상에도 차이가 있다. 척추 질환은 신경성 질환이므로, 앉거나 허리 자세가 바뀔 때, 걷거나 움직일 때 증상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반면, 하지정맥류는 혈류 정체가 원인이므로 가만히 오래 서 있을 때 증상이 가장 악화되기 쉽고, 밤에 더욱 증상이 심한 경향을 보인다.

가장 주의할 점은 이들 질환이 동시에 나타나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척추 질환과 하지정맥류가 동시에 발생하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으며, 이 경우 신경과 혈류를 복합적으로 진단할 필요가 있다. 단일 질환 진단에만 의존하면 원인을 놓치고 적절한 치료법을 적용하지 못해 증상의 만성화를 야기할 위험이 높다.

특히 50대 이상 여성은 하지정맥류를 더욱 주의해야 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하지정맥류 전체 환자 중 50대 이상이 69%~70%에 달하며, 여성의 경우 남성 대비 4배 이상으로 높은 유병률을 보인다. 이를 단순한 피로 증상으로 생각하고 방치할 경우 단순한 하지정맥류 증상을 넘어 심한 경우 피부 착색, 변색 및 피부 궤양까지 증상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정맥류의 근본적인 치료는 혈액이 불필요한 정맥을 지나는 것을 차단하는 것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 정맥순환제 복용, 20~30mmHg 가량의 압박스타킹 착용 등 보존적 치료를 진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역류가 심한 경우 수술적 요법이나 주사제 요법 등 혈관을 직접 차단하는 치료를 진행하게 된다. 이때 문제가 되는 혈관을 막거나 제거하여 건강한 주요 정맥으로 다시 혈류가 흐르게 하고 혈액 순환을 정상화하는 것이 하지정맥류 치료의 기본적 기전이다.

과거에는 혈관을 제거하는 발거술 중 피부 절개 수술이 주로 시행되었으나, 최근에는 레이저를 사용한 발거술도 다양하게 발전했다. 레이저 발거술은 정맥 내에 얇은 레이저 섬유관을 삽입하여 문제가 되는 정맥을 가열해 폐쇄하는 방식의 치료법이다.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만큼 통증과 출혈이 적어 대부분 국소마취로 행하며, 재발이 적고 수술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어 최근 가장 각광받는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이 밖에 정맥에 의료용 접착제를 주입해 혈관을 막는 베나실 등 다양한 치료법도 개발되어 있다. 약물 알러지 반응이나 화학물질에 대한 거부감 등이 있을 수 있으므로, 환자의 선호도나 컨디션에 따라 전문의와 신중히 상담하여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척추 질환과 하지정맥류는 각각 신경계와 순환계에서 기인한 질환이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이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환자의 상태 호전 및 악화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혈관 건강이 약한 중장년 이상 연령대일수록 전문의 진단을 통해 정확한 증상의 원인을 파악해야 정확한 치료가 가능하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