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귀는 소리를 듣는 청각 기능뿐만 아니라 우리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평형 기능도 담당한다. 마치 스마트폰의 자이로 센서처럼, 귀 속에는 머리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해 균형을 잡아주는 중요한 구조물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이석'이다.
우리 귀 속에는 수만 개 이상의 이석이 존재하며, 몸이 앞뒤,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기울어질 때 이를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 이석 덩어리가 원래 있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이라는 구조물 안으로 흘러 들어가게 되면 이석증이 발생한다.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이 특정 방향으로 몸이나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센서 역할을 방해하면서,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극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또한, 어지럼증과 함께 구토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석증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으로, 누구나 평생 한 번 이상 겪을 확률이 약 6%에 이르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약 2.3배 많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50대 이후 여성에서 폐경 후 호르몬 변화와 골다공증으로 인해 뼈 건강이 약해지면서 발병 위험이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장기간 침상 생활을 하면 이석증이 잘 생긴다는 연구도 있다. 계속 옆으로 누운 자세가 중력에 의해 이석이 반고리관으로 빠져나올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누워 지내면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반고리관에 들어간 이석이 저절로 빠져나오거나 녹아 없어지기도 하지만, 자연 치유에는 약 한 달 정도가 걸릴 수 있다. 그동안 심한 어지럼증과 구토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석증으로 진단되면 자연 치유를 기다리기보다는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

주요 치료법은 이석치환술이다. 이석치환술은 미로 같은 귀의 구조를 따라 이석을 제자리로 돌아가게 돕는 물리치료이다. 한 번의 시술로 완치되는 경우도 있지만, 며칠에 걸쳐 반복적으로 시행해야 완전히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시술 후에도 떨어진 이석의 잔여물 때문에 어지럼증이 이어질 경우, 증상 완화를 위해 진정제나 진토제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약물은 증상을 완화하는 역할일 뿐 원인을 해결하지는 못한다.
이석증 자체는 치료가 어렵지 않으나 재발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석은 수백 개의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어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골밀도가 낮아 귀 안에서 이석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경우 증상이 반복될 수 있다.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이석의 주요 성분이 뼈와 관련이 있으므로, 칼슘과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하여 뼈 건강을 튼튼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햇빛을 쬐는 야외 활동은 비타민 D 합성을 촉진하여 이석증 재발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어지럼증이 반복되거나 평소보다 오래 지속될 때, 또는 신경마비 같은 다른 이상 증상이 동반되면 단순 이석증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뇌졸중,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등 더 심각한 질환을 감별해야 하므로 즉시 병원을 방문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저작권자 ⓒ 헬스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