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이 보약’이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된 듯하다. 하루 7~8시간 충분히 잠을 자고도 늘 피로에 시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들 중 상당수는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겪고 있지만, 단순한 수면 습관 문제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심각한 전신 건강 문제까지 야할 수 있는 ‘질환’이다.
코골이는 잠을 자는 동안 목 근육이 이완되면서 기도가 좁아지고, 이 좁아진 통로로 공기가 빠르게 지나가며 발생하는 일종의 소음이다. 주로 남성에게 많이 나타나지만, 여성 역시 폐경기 이후 호르몬 변화로 인해 발생 빈도가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코골이가 단순히 시끄러운 잠버릇에 그치지 않고, 수면무호흡증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호흡이 10초 이상 멈추는 현상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이러한 무호흡 상태가 지속되면 뇌와 신체 각 기관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충분히 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낮 동안 심한 졸음이 쏟아지거나, 만성적인 피로감,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심지어 우울감까지 동반될 수 있다. 심한 경우 운전 중 졸음운전이나 업무 중 집중력 저하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하는 해부학적 원인 중 대표적인 것은 비중격만곡증이다. 코 안을 좌우로 나누는 뼈와 연골로 이뤄진 비중격이 외상이나 성장 과정에서의 불균형으로 휘어지면, 코 안의 공간이 비대칭적으로 좁아져 공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히 수면의 질을 저하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수면 중 반복적인 호흡 정지로 인해 혈액 내 산소 농도가 낮아지면, 고혈압,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인지 기능 저하 등의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특히 40~60대 환자들의 경우 돌연사 위험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기도가 막히는 폐쇄성 수면무호흡증과 뇌의 호흡 조절 기능 이상으로 인해 호흡 노력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중추성 수면무호흡증으로 나눌 수 있다. 코골이가 심한 환자에게는 주로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의심된다면 단순히 잠버릇으로 치부하지 말고 전문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진찰을 통해 비강, 비인두, 인두, 등 상기도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수면 중 발생하는 무호흡의 횟수와 정도, 수면 단계, 산소포화도, 심전도 등 다양한 생체 신호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수면의 질과 무호흡증의 심각도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상태와 검사 결과에 따라 맞춤형으로 결정된다. 비교적 증상이 가볍거나 구조적인 문제가 없는 경우에는 체중 감량, 옆으로 누워 자기, 금주 및 금연, 구강 내 장치 착용 등의 보존적인 치료를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비중격만곡증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가 동반된 경우에는 비중격 교정술과 같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최근에는 지속적 양압 환기 치료 등 다양한 비수술적 치료법도 활용되고 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은 단순한 잠버릇이 아닌, 삶의 질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질환이다. 충분한 수면을 취해도 피로가 지속되거나 낮 동안 졸음이 쏟아진다면, 의료진과 상담해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건강한 삶의 되찾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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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