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아가 남아보다 ‘더 빨리’ 키가 크는 이유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신희 교수

▲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신희 교수

어른이 되면 대개 남자가 여자보다 키가 더 크지만 어렸을 때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지나면 여자아이들은 키도 쑥쑥 자라는 것 같고 제법 숙녀티도 나는 반면, 남자아이들은 그때까지도 아기 티를 채 벗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왜 어렸을 때는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더 빨리 키가 크는 걸까. 이유는 사춘기의 시작 시점과 관련이 있다. 여자아이들은 보통 10~12세 사이에 사춘기를 시작하는데, 이는 남자아이들보다 약 2년 빠르다. 여자아이들은 9~10세에 가슴 발육과 함께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성장 속도가 점점 증가해 12세쯤 신장최대속도(PHV, peak height velocity) 시기가 오게 된다. 이때 평균적으로 연간 8~9㎝ 키가 크고, 이후 체중최대속도(PWV, peak weight velocity) 시기가 오면서 보통 12세 6개월에서 13세에 첫 생리를 시작한다. 즉 가슴이 나오면서 사춘기가 시작된 이후 키가 쑥 크고 이후 체중이 늘면서 생리를 하는 것이다.

생리를 시작하기 보통 6개월 전부터 성장 속도가 느려지고, 높은 농도의 여성호르몬(에스트로젠) 분비는 뼈의 성숙을 촉진해 성장판을 닫히게 한다. 일반적으로 생리 시작 후 2년 정도면 긴 뼈 성장이 거의 종료된다. 사춘기가 빠르게 진행되는 아이의 경우 일반적인 나이보다 더 빠르게 사춘기가 진행돼 더 빨리 성장이 종료된다. 초경이 시작된 후 최종 성인 키까지의 성장은 개인에 따라 1~12㎝로 다양하지만, 대부분은 2~3㎝ 정도밖에 크지 않는다.

반면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보다 1년 정도 늦게 사춘기가 시작되고 사춘기 시작 후에도 한동안 성장 속도가 느리게 유지된다. 이는 여자아이의 경우 키가 먼저 크고 체중이 나중에 늘지만, 남자는 체중이 먼저 늘면서 키가 같이 크기 때문이다. 보통 10세에 사춘기가 시작되고 2년 정도는 사춘기 전 상태와 비슷한 속도로 키가 연간 5~6㎝ 정도 자라다가 12세 이후 성장 속도가 빨라지고 14세에 신장최대속도(PHV) 시기가 오면서 연간 10~11㎝ 정도 자라게 된다.

성장호르몬과 성호르몬의 역할도 중요하다. 여자아이의 에스트로겐은 사춘기 초기에 성장판을 자극해 빠른 성장을 돕는다. 반면 남자아이들의 테스토스테론은 사춘기 후반기에 더 강력하게 작용해 성장 속도가 느리게 시작되지만 이후 더 길게 지속된다. 성장판이 닫히는 시점도 차이가 있다. 여자아이들은 사춘기를 더 빨리 시작하기 때문에 성장판이 남자아이들보다 일찍 닫히는 경향이 있다.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들은 16~17세에 성장판이 닫히고, 남자아이들은 18~20세에 닫히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 부모의 성장 패턴이나 영양 상태, 수면 습관, 운동량 등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도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결론적으로 여자아이들이 남자아이들보다 더 빨리 키가 크는 이유는 생물학적 요인, 호르몬 분비, 성장판의 폐쇄 시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다만 최종 키는 남자가 여자보다 더 크게 되는데, 이는 키가 가장 빨리 크는 시기(PHV)가 여자는 12세, 남자는 14세로 여자가 18~24개월 정도 빠르지만 가장 많이 크는 시기(PHV)에 여자는 연 8~9㎝, 남자는 연 10~11㎝ 자라면서 남자가 연간 2㎝ 정도 더 크기 때문이다. 또 남자는 사춘기가 늦게 시작되고 성장판이 늦게 닫혀 키가 클 수 있는 기간이 긴 것도 남자가 여자보다 최종 키가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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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