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질환은 삶의 질을 떨어뜨리기 마련이지만, 통증을 수반한 질환이라면 더욱이 그러하다.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과거에는 낯선 질환이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환자가 늘면서 이제는 익숙한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대상포진 환자는 74만9126명으로, 2019년(73만8048명) 대비 1.5% 증가했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VZV)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수두를 앓은 후 몸 안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재활성화되면서 발생한다. 노화로 인해 면역 체계가 약화되면 발병 위험이 높아져 주로 50대 이상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20~30대 젊은층에서도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대상포진은 '통증의 왕'이라 불릴 만큼 극심한 통증을 일으킨다. 수포(물집)가 띠 모양으로 발생하고, 이 부위에 화끈거림, 찌릿찌릿함, 따가움 등 다양한 양상의 통증이 나타난다. 근육통, 몸살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수포는 고름이 차면서 탁해지다가 2주 정도 지나면 딱지로 변한다. 이 때부터는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하는데, 일부 환자의 경우 딱지가 떨어진 후에도 해당 부위에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한다.
대상포진이 무서운 이유는 합병증 때문이다. 수포가 사라져도 신경 손상이 남았다면 손상된 부위에 통증이 지속될 수 있다. 대상포진 후 신경통은 짧게는 몇 달, 길게는 수년간 이어져 환자를 고통스럽게 한다.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완치가 어려울 수 있다. 치료 목표는 통증 완화에 있다. 약물 치료, 신경 치료 등을 통해 통증을 조절하며, 통증 조절이 쉽지 않을 때는 마약성 진통제가 투여되기도 한다.
대상포진이 합병증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조기 발견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초기 증상이 나타난 후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통증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다. 신경치료도 합병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증상이 호전된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대상포진 백신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 재활성화 가능성을 약 50% 낮추고,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67% 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입증됐다. 대상포진 환자의 경우 치료가 끝나고 6개월이 지난 뒤에 백신 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백신 접종은 1회 진행되며, 지자체별로 무료 접종 사업도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대상포진 백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국가무료접종(NIP) 도입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대상포진은 무서운 질환이나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겨울철에는 급격한 기온 변화로 면역력이 저하되기 쉽다.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활개치기 전에 미리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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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