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은 뇌혈관 질환의 위험성이 높아지는 시기다. 겨울철 실내외 큰 온도차로 인해 혈압이 갑자기 수축했다가 팽창하면서 혈압 변동이 심해진다. 이 때 머릿속 시한폭탄 초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혈압의 변동 폭이 커지면 '뇌동맥류' 파열 위험도 높아진다. 뇌동맥류는 뇌혈관벽이 약해져서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다. 혈관벽이 얇아져 있기 때문에 혈액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면 파열될 수 있다.
뇌동맥류는 파열 여부에 따라 비파열성과 파열성으로 구분한다. 비파열 뇌동맥류는 대부분 증상이 없고 적절히 관리하고 치료하면 합병증 없이 완치가 가능하다. 또 전문의가 파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될 때는 추적관찰을 하며 상태를 지켜보기도 한다.
하지만 뇌동맥류가 파열된 경우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지주막하출혈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뇌동맥은 뇌를 밖에서 감싸는 연질막과 지주막 사이에 위치해 있고, 이 공간은 뇌척수액으로 채워져 있다. 뇌동맥류가 터져 출혈이 발생하면 지주막하 공간에 혈액이 퍼지게 되는데, 이를 지주막하출혈이라 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돼 출혈이 일어나면 뒷목이 뻣뻣해지고 극심한 두통과 의식 저하, 구토, 현기증, 시력저하, 운동마비, 경련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지주막하출혈로 뇌척수액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면 뇌척수액이 쌓이는 수두증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의식 저하, 보행 장애, 기억력 저하, 빈뇨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 외에도 뇌내혈종, 뇌경색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뇌동맥류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즉시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뇌동맥류와 같은 뇌혈관질환은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놓칠 경우 사망률이 30~40%에 이른다.
뇌동맥류는 파열될 때까지 특별한 전조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두통,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거나 건강검진을 하다가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뇌동맥류 가족력이 있다면 미리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뇌동맥류는 전산화 단층 혈관조영술(CTA), 자기공명 혈관조영술(MRA), 디지털 감산 혈관조영술(DSA) 등으로 진단하며, 동맥류의 위치와 크기, 형태 등을 파악한 후 치료 방법을 모색한다.
뇌동맥류 치료 방법에는 클립결찰술과 코일색전술이 있다. 클립결찰술은 두개골을 열어 클립으로 부풀어 오른 혈관 부위를 결찰하는 방식이다. 코일색전술은 머리를 열지 않고 혈관 내부로 들어가 치료하는 혈관 내 수술법으로, 최근 보편화된 치료법이다. 허벅지 피부를 절개해 대퇴동맥을 통해 얇은 관(카테터)을 삽입, 뇌혈관까지 밀어올린 후 뇌동맥류 안에 금속 코일을 채워 넣어 파열을 막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3%가 뇌동맥류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뇌동맥류 환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특히 50대 이상 여성에게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경 이후 혈관을 보호하는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혈관이 약해져 뇌혈관 질환 위험률이 높아진다. 또 고혈압, 흡연, 가족력 등 위험요인이 있는 경우에도 뇌동맥류 발생 및 파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뇌동맥류 악화를 막기 위해서는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특히 혈압 변동 폭이 커지는 겨울철에는 평소보다 자주 혈압을 측정해주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단, 충분한 수면도 뇌동맥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뇌동맥류는 예방과 조기 발견으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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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