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발성 난청과는 다른 ‘급성 저음역 난청’

▲ 잠실아산이비인후과 임현우 원장

급성 저음역 난청은 청각의 가청 범위 중 500Hz 이하의 낮은 음에 해당하는 저음역대의 청각이 갑자기 나빠지는 질환이다. 돌발성 난청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다. 잠실아산이비인후과 임현우 원장과 함께 돌발성 난청과 급성 저음역 난청의 구별법과 차이점을 알아본다.

Q. 증상의 차이가 있나?
A. 급성 저음역 난청이 생기면 귀가 먹먹해진다. 귀에 물이 들어가거나 높은 곳에 갑자기 올라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며, 귀에 뭔가 씌워진 느낌일 수도 있다. 낮은음의 청각만 떨어지기 때문에 약간은 모호한 멍한 느낌을 갖게 된다.

돌발성 난청의 경우에는 가청 범위의 청력이 전반적으로 감소되기 때문에 확실하게 청각 저하를 느끼는 경우가 많다. 난청 증상이 뚜렷하기 때문에 제때 검사를 받아 병이 확인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급성 저음역 난청의 경우는 씻다가 물이 들어갔다고 여기거나 감기나 비염 때문에 귀가 일시적으로 멍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서 그냥 방치하거나 지내다가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먹먹한 증상과 함께 주변 소리가 울리거나 겹쳐서 들리고, ‘웅’ 소리와 같은 저음 위주의 이명이 동반된다면 검사를 통해 청각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Q. 정도와 양상은 어떻게 다르나?
A. 돌발성 난청이 되려면 청각 검사 주파수들 중 세 개의 연속한 주파수에서 모두 30dB 이상의 청각 저하가 확인되어야 한다. 급성 저음역 난청의 경우는 낮은음인 125~500Hz의 청각이 정상 귀와 비교해서 떨어져 있지만, 청각 저하의 정도가 돌발성 난청의 진단 기준이 30dB을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125, 250, 500Hz의 세 개의 주파수가 모두 20~25dB 이상으로 나빠졌지만 세 개의 주파수 모두는 아닌 경우도 있다. 청각 저하의 정도가 일반적인 돌발성 난청보다는 덜하지만 청각 기능은 분명히 떨어져 있기 때문에, 병이 생긴 것이 맞고 치료를 해야 하는 상태이다. 또한, 돌발성 난청은 아니므로 돌발성 난청과 똑같은 설명과 치료를 할 수는 없다.

Q. 회복률의 차이는?
A. 급성 저음역 난청과 돌발성 난청의 가장 큰 차이점은 회복률이다. 돌발성 난청의 경우 치료를 열심히 받더라도 청각이 정상으로 회복될 확률이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회복까지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하고, 한 달 이후에는 의미있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급성 저음역 난청은 2주 이내에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될 확률이 70~80%로, 돌발성 난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회복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급성 저음역 난청인 경우라면 일반적인 돌발성 난청의 힘든 치료들이나 나쁜 경과를 피할 가능성이 많다.

Q. 변동성은 없나?
A. 급성 저음역 난청은 전반적으로 돌발성 난청보다 치료가 잘 되지만, 때때로 청각이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하거나 반복하기도 한다. 10명 중 1~2명 정도에서 귀가 먹먹했다 나아졌다가를 반복하고 청각 검사 결과도 회복되었다가 다시 나빠졌다가를 반복하는 변동성을 보인다.

이런 증상의 변동성이 몇 주 또는 몇 개월씩 지속하기도 한다. 청각이 한번 떨어진 이후에 다시 회복되든지, 그대로 돌아오지 못하든지 둘 중 하나인 돌발성 난청과는 전혀 다른 부분이다. 따라서 변동성을 보이는 급성 저음역 난청이 경우에는 치료가 많이 길어지기도 한다.

Q. 재발 가능성은?
A. 급성 저음역 난청이 잘 해결된 경우라 하더라고 일부 환자는 차후에 다시 같은 문제를 경험하게 된다. 많은 연구를 종합해 볼 때, 1년 이내에 10명 중 2~3명, 5년 이내에 10명 중 절반 정도의 환자에서 다시 급성 저음역 난청이 발생한다. 다시 발생한 급성 저음역 난청의 경우에도 동일한 치료로 잘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

Q. 메니에르병과 연관되는 경우도 있나?
A. 일부 급성 저음역 난청 환자에서 나중에 메니에르병이 생기기도 한다. 급성 저름역 난청이 청각 기능의 변동성이 자꾸 반복되다가 결국 어지럼까지 함께 생기는 것이다.

일단 메니에르병이 되면 훨씬 힘든 증상이 이어지고 집중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메니에르병의 진행은 급성 저음역 난청의 가장 안 좋은 경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급성 저음역이 있던 전체 환자에서 10년 이상의 장기간에 걸쳐 10% 정도에서만 메니에르병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한두 번 급성 저음역 난청이 있었다고 무조건 메니에르병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Q. 치료는 어떻게 다른가?
A. 돌발성 난청의 원인을 하나로 얘기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바이러스와 연관된 것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전정신경염이나 급성 안면마비와 같이 급성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신경 기능의 염증으로 흔히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돌발성 난청에서는 신경의 염증을 가라 앉히기 위한 치료가 가장 중요한 치료이다.

반면에 급성 저음역 난청의 경우는 저음 위주의 청각 저하, 청각의 변동성, 일부 환자에서의 메니에르병으로의 진행 등을 고려했을 때 메니에르병의 연장선상이 아닌가를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돌발청난청과는 조금 다른 관점에서 치료하게 된다. 즉 스테로이드 약물도 사용하긴 하지만 그 중요성이 절대적이지 않고, 이뇨제와 메네스 정과 같이 메니에르병에 사용하는 치료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Q. 마지막 조언
A. 급성 저음역 난청은 돌발성 난청과는 많은 부분 다른 질환이다. 회복률이 높기 때문에 돌발성 난청과 동일한 치료를 한다면 너무 과도한 치료를 하는 일이 될 것이다. 또한, 청각 변동성을 동반하는 경우와 재발을 반복하는 경우에 대한 차별화된 치료 접근이 필요하고, 메니에르병으로의 이해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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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