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가면 깜깜무소식인 사람들이 있다. 변기 위에서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변비가 찾아온 것이다. 배는 살살 아픈데 시원하게 변을 보지 못하는 불편한 증상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고통이다.
변비는 배변 활동이 비정상적인 상태로 ▲배변 횟수 감소(주 3회 미만) ▲단단한 변 ▲잔변감 ▲항문 폐쇄감 ▲배변을 볼 때 과도하게 힘을 주거나 ▲수지조작이 필요한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변비는 인구의 5~20%가 겪을 만큼 비교적 흔한 증상이다.
변비는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이는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 때문인데, 프로게스테론이 증가하면 장의 운동능력이 떨어져 변비가 심해질 수 있다. 흔히 여성의 경우 월경 전 변비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배란일부터 월경 시작 전까지 월경전증후군이 발생하는데, 이 시기에 프로게스테론이 과도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월경이 시작되면 변비 증상이 사라지고 설사가 시작될 수 있다. 이는 생리혈에 들어 있는 프로스타글란딘의 영향으로, 프로스타글란딘은 자궁 근육은 물론 장까지 수축시킨다. 장의 과도한 수축으로 장내 수분 흡수가 과하게 이뤄지면 설사를 하게 된다. 설사가 심할 때는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완화된다.
한편 임산부들도 변비 증상을 많이 호소하는데, 임신이 되면 프로게스테론 분비 증가는 물론, 자궁이 늘어나면서 장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또 임신 중 복용하는 철분제의 부작용으로 변비가 생길 수 있다. 임산부는 철분 필요량이 많기 때문에 철분제 복용을 중단할 수는 없다. 변비 예방을 위해서는 철분제 복용시 많은 물을 섭취해야 하며, 액상용 철분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노화도 변비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다. 변비는 주로 고령층에서 많이 나타난다. 60대는 20대에 비해 변비 유병률이 3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가 진행되면 장의 운동 능력이 떨어지면서 배변 횟수가 줄어들고, 나이가 들수록 혈압약 등 변비를 유발할 수 있는 약물의 복용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심한 스트레스 △운동량 부족 △불규칙한 식습관 △변을 참는 습관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
현대인의 변비 유병률이 늘고 있다. 가벼운 증상으로 여길 수 있지만, 변비는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방치하면 합병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과도한 힘을 주어 단단한 변을 무리하게 배출하다 보면 항문이 찢어지고 출혈이 발생하면서 치핵, 치열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상처로 인해 항문 궤양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변비는 생활습관 교정으로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 지방 섭취는 줄이고 섬유소가 풍부한 식품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장 기능 유지를 위한 유산균 섭취도 도움이 된다. 적정 운동량을 유지하는 것도 변비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걷기, 달리기 등은 장 운동을 촉진시켜 변비를 완화한다. 변을 참는 습관은 고치고, 배변 활동을 할 때는 긴장을 풀고 마음을 편히 가져야 한다. 단, 장시간 변기에 앉아있는 것은 좋지 않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수분과 전해질 소실이 많아 변비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무더위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지독한 변비가 일상을 침범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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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