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정신경은 귀에서 뇌로 감각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으로, 전정신경염이 발생하면 이 신경이 염증이 생겨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귀를 전문으로 진료하는 잠실아산이비인후과 임현우 원장과 함께 전정신경염에 대해 알아본다.
Q. 전정신경염이란?
A. 갑자기 한 쪽 귀의 전정기능이 상실되는 질환이다. 한쪽 전정기능의 급작스러운 상실은 눈의 심한 흔들림을 일으키고, 환자는 극심한 어지럼증을 겪게 된다. 가만히 있어도 주변이 쉬지 않고 빙빙 도는 특징이 있고, 앉아 있거나 누워 있어도 어지럼이 멈추지 않는다. 계속 빙빙 돌기 때문에 제대로 걸을 수가 없어 한쪽으로 쏠리게 된다. 또 극심한 구역감으로 인해 구토를 하기도 한다.
Q. 전정기능 상실은 왜 어지럼증을 유발하나?
A. 양측 귀는 전정기능을 이요해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머리가 움직인 만큼 눈을 반사적응로 움직여서 시야를 유지시켜 준다. 쉽게 말해 귀는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눈을 움직여주는 기능을 하는 것이다. 이런 전정기능이 있기 때문에 생활속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머리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적절한 위치를 찾아 가서 시야가 흔들리지 않게 된다.
즉, 전정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머리가 움직이고 자세가 바뀔 때마다 눈이 제 위치에서 벗어나면서 시야가 흔들기도 어지럽게 된다는 것.
평소 양측 전정기능은 서로 대칭으로 평형을 이루고 있다. 한쪽 전정기능이 상실되면 전정기능의 대칭이 무너지면서 가만히 있어도 한 방향으로 눈이 계속 저절로 움직이게 되고, 이는 시야의 흔들림과 함게 극심한 어지럼을 유발하게 된다.
Q. 왜 발생하는가?
A. 전정신경염은 뇌신경 기능 중 하나인 전정신경의 기능이 갑작스럽게 마비되는 것이다. 확실치는 않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전정신경의 염증을 전정 기능 마비의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바이러스가 정말 원인인지, 바이러스가 원인이라면 어떤 바이러스 때문인지는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런 갑작스러운 뇌신경 기능 마비가 일어나는 다른 여러 질환들이 있다. 갑자기 한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되는 돌발성 난청, 갑자기 한쪽 얼굴이 마비되는 안면마비도 모두 비슷한 상황으로, 바이러스에 의한 신경 염증을 가장 가능성이 높은 원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Q. 진단 방법은?
A. 멈추지 않고 지속되는 심한 어지럼이 있는 환자의 눈이 가만히 있어도 계속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진단한다.
전정신경염이 발생해서 한쪽 전정기능이 상실되면 눈은 제 위치에 있지 못하고 병이 발생한 반대쪽으로 흘러가게 된다. 안구가 머리 뒤로 돌아갈 수는 없고, 눈이 움직여 시야가 비틀어지면 뇌가 개입하기 때문에 한쪽으로 흘러가던 눈은 다시 원래 위치로 돌아온다. 원래 위치로 돌아온 눈은 다시 한쪽으로 흘러가다가 또 원래 위치로 돌아간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기 때문에 눈은 계속 흔들리게 된다, 이렇게 머리를 움직이지 않아도 지속되는 눈의 흔들림을 ‘저절로 생기는 눈의 흔들림’이라는 뜻인 자발 안진이라고 부른다. 갑자기 생긴 심한 자발 안진은 전정신경염의 가장 중요한 소견이다.
Q. 어떤 검사가 필요한가?
A. 자발 안진은 이석증, 메니에르병뿐만 아니라 급성 뇌질환에서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정밀 검사를 통해 전정기능의 상실이 확인되어야 한다. 눈의 흔들림을 확인하는 일반적인 비디오 안진검사 뿐 아니라 온도안진검사를 시행한다. 온도안진검사는 양측 귀의 전정기능을 각각 자극해 기능의 상태를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전정기능의 상실 여부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필수 검사이다. 비디오 두부충동검사는 전정기능에 의한 머리의 움직임에 따른 눈의 움직임을 계산한다. 실제 머리의 움직임에 따른 전정기능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어, 병의 정도와 경과에 대한 추가적인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Q. 어떻게 치료하나?
A. 심한 자발 안진이 계속되는 초기에는 어지럼과 구역감을 억제하는 약을 적극적으로 투여한다. 보행 시 넘어지면서 낙상을 당하지 않게 유의해야 하고, 제대로 먹지 못하고 구토를 반복하므로 탈수가 되지 않게 최소한의 식사와 수분 섭취를 유지해야 한다.
통상 초기 수일이 지나면 자발 안진의 정도가 줄어들면서 최소한의 일상 생활이 가능하게 되기 때문에, 증상 호전에 맞춰 약물 용량이 과도하지 않게 투약을 조절한다.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해지면 걷기 등의 운동과 함께 일상 활동을 늘려가는 것이 조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
Q. 전정기능은 완전히 회복되나?
A. 회복기가 되면 일상 생활에 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어지럼이 나아지지만, 전정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는다. 전정기능의 상당 부분은 상실된 상태로 남게 되고, 상실된 전정기능에 맞춰 우리 몸과 뇌가 적응하면서 전정 기능의 부족을 메워주게 된다. 이러한 전정기능 소실에 따른 보상과 적응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통상적으로 특별한 노력이 없이도 전정기능 소실에 따른 적응이 잘 일어나 일상 생활에 큰 문제가 없게 되지만, 종종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완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어지럼이 계속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전정기능 소실에 따른 맞춤형 전정재활운동을 반복함으로써 전정기능 보상과 적응을 촉진시키고 어지럼을 개선시키게 된다. 후유증인 전정기능저하증으로 인한 지속적 어지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정신경염의 회복에 대해서도 주의 깊은 경과 관찰과 치료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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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