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의 적으로 여겨지는 자외선은 피부 건강은 물론, 눈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호주 피부암 재단 연구에 따르면 눈은 피부보다 자외선에 10배 더 민감하다. 자외선은 눈의 노화를 촉진시킬 뿐 아니라 다양한 안질환의 원인이 된다.
자외선 노출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안질환은 '광각막염'이다. 광각막염은 안구 바깥쪽에 있는 각막이 자외선에 의해 화상을 입어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충혈, 통증, 눈시림, 이물감 등이 느껴지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눈물이 나올 수 있다. 햇볕 아래서 장시간 외부 활동을 한 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즉시 안과에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광각막염은 방치할 경우 손상된 각막에 2차 세균 감염이 일어날 수 있고, 백내장 등 다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치료는 항생제, 소염제 투여, 손상된 각막 상피의 재생을 돕는 안약, 안연고 처방으로 이뤄진다. 증상이 호전되기까지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광각막염 진단을 받으면 렌즈 착용을 중단하고 눈이 건조해지지 않도록 무방부제 인공눈물을 수시로 점안해야 한다. 눈을 감은 상태로 휴식을 취하는 것도 회복에 도움이 된다.
'백내장'도 자외선과 관련된 안질환 중 하나다. 백내장은 눈의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빛을 제대로 통과시키지 못해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질환이다. 백내장의 주원인은 노화다. 눈의 노화를 앞당기는 자외선도 백내장의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실제 연구 결과, 일광 노출 시간이 많은 직업일수록 백내장 유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내장 환자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로, 환자 연령대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안개가 낀 것처럼 눈 앞이 흐릿해지고, 사물이 두개로 겹쳐보이는 복시증상,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이 더 잘 보이는 주맹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자동차 전조등, 가로등과 같은 밝은 불빛이 번져보이고, 눈부심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증상을 방치하면 시력 감퇴는 물론 합병증을 유발, 자칫 실명에 이를 수 있다.
백내장 초기라면 약물 치료로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지만 병의 진행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궁극적인 치료법은 수술이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 후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수술 후에는 시력도 개선된다.
수술을 한 후에는 자외선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민감해진 눈이 자외선에 의해 손상되면 황반변성 등 다른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에 있는 황반이 변성되는 질환으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백내장과 마찬가지로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지만, 병이 진행될수록 점점 시력이 떨어지고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변시증이 나타난다.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치료를 받고 꾸준히 관리해야만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황반변성 치료법에는 안구 내 주사치료, 레이저광 응고술 등이 있다.
관리에 있어서는 자외선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외선은 망막 색소 상피층에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황반변성 발병 위험을 높인다.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자외선을 멀리해야 한다.
자외선 지수가 높은 시간대(오전 10시~오후 2시)에는 외부활동을 자제하고, 외출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선글라스, 모자, 양산 등을 활용해 눈을 보호해야 한다.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율이 중요하다. 렌즈가 어둡다고 해서 자외선 차단 효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짙은 렌즈를 착용하면 동공이 커져 자외선이 수정체와 망막에 쉽게 도달한다.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선글라스는 'UV400' 인증마크를 받은 제품이다. UV400은 400nm이하의 파장을 가진 자외선을 모두 차단한다는 뜻으로, UV400 인증마크가 있는 제품은 자외선 99% 차단 효과를 갖는다. UV400 제품이라 해도 사용 후 스크래치 등 여러 요인에 의해 자외선 차단율은 떨어질 수 있다. 1년에 한 번은 안경점에 방문해 제품 상태 및 기능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름의 문턱을 밟은 요즘, 강한 자외선이 내리쬐며 눈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자외선의 무자비한 공격으로부터 우리의 눈을 지켜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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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