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Q&A] 청소에 집착하는 것이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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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게티이미지

Q. 안녕하세요? 7살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여성입니다.

출산 후 아이에게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청소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정도가 심해져 현재는 하루 종일 청소를 하는 정도입니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12시 정도까지 청소를 합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세균 공포증에 청소 강박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세균이 있는데 그걸 두고 볼 수는 없어 가족을 위해 청소를 한다는 생각입니다.

모든 것에 세균이 있는 것 같아 손은 하루에 100번 정도 씻고, 집 외에 외부 화장실은 이용하지 않으며, 한 번 입은 옷은 반드시 매일 세탁합니다. 수시로 테이프 클리너를 이용해 먼지를 없애고, 아이 책을 한 장 한 장 닦기도 합니다. 청소기와 물걸레질은 하루 5~6번 정도 하구요.

남편은 저의 행동에 지친다고 하며,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말합니다. 청소에 집착하는 제가 정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
A. 안녕하십니까?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입니다.

아이를 위해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자 많이 노력하시는 것 같습니다. 청소를 하고 집안 곳곳을 청결하게 유지하시기 위해 때로는 많이 힘이 드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현재의 청소 습관은 과도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비하고 있으며, 남편과의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자님의 청결에 대한 노력과 생각을 고려해 보았을 때, 오염에 대한 불안과 강박적인 모습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마다 강박적인 면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것이 지나쳐 일상생활에 현저하게 영향을 미칠 경우에 ‘강박장애’라고 진단할 수도 있습니다.

강박장애란 강박 사고와 강박 행동이 특징으로 나타나는 정신과 진단을 말합니다. 원하지 않는 생각이나 충동, 장면이 침투적이고 반복적으로 떠오르며, 이에 따른 반복적인 행동이나 심리 내적인 행위를 보이곤 합니다. 이러한 강박 사고와 행동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며,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영역에서 고통과 기능 손상을 초래합니다.

독자님께서 보이는 모습은 오염에 관련한 ‘강박 사고’와, 청결이라는 ‘강박 행동’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균에 대한 감염이나 오염에 대해 불안한 마음이 조절되지 않는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 결과, 반복되는 청소로서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불안까지 청소해 나가고자 애쓰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에 독자님께서 가능하시다면 청결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조금씩 줄여보는 노력을 시작해보시길 권장해 드립니다. 예를 들어, 청소 빈도를 점차 줄여보거나, 일부 청소 작업을 남편과 함께 나눠서 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시는 것도 추천해 드립니다.

그럼에도 강박적 생각이나 행동을 줄이기 어렵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와 상담을 받아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전문가와 면담에서 만약 진단이 적절하고 치료가 필요한 정도라면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각각 혹은 병행해서 치료를 시행해 볼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로는 대표적으로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SSRI)가 사용됩니다. 투약을 통해 오염에 대한 불안을 완화하여 청소하는 행위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인지행동치료는 비합리적 신념과 인지적 오류(세균 때문에 아이가 아플지도 몰라!)를 현실적인 생각으로 변화시키는 기법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치료 과정은 정신건강 전문가와 상의 후에 치료 방안을 정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시려는 마음은 정말 멋진 일이지만, 완벽한 청결이 유지되지 않아도 아이의 건강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다양한 환경에 노출되면서 면역체계가 발달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청소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또한, 남편과 아이와 청소에 대해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눠보시기를 추천해 드립니다. 남편과 함께 청소 일정을 조절하고, 가족 모두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것이 가족 간의 관계를 좋게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애초에 청소를 깨끗이 하려는 생각도 가족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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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