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위협받거나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경험하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사건 후에도 무서웠던 기억이 잊히지 않고 악몽에 시달리며, 극도로 예민한 상태와 무기력한 상태가 번갈아 나타나는 증상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것이다. 큰 사고를 경험하는 사람 10명 중 1명 정도에서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대개는 사건 후에도 안정되지 않고 스트레스가 계속되며 PTSD로 발전한다. 그러나 사건 직후에는 덤덤한 듯했는데, 6개월이 지난 후부터 증상이 나타나는 ‘지연성 PTSD’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PTSD는 발현 시기에 따라 급성, 만성, 지연성으로 나뉜다. 사건 직후부터 3개월간 증상이 이어지면 급성, 그 이후에도 좋아지지 않으면 만성으로 본다. 지연성은 사건 직후 괜찮아 보였다가도 6개월 이후부터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어느 한 가지만 나타나는 게 아니라 급성 후 완화, 지연성 발생, 완화, 재발생을 반복하는 등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급성, 만성, 지연성 PTSD의 증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고 당시 생각, 느낌, 감각의 재경험 ▲재경험으로 인한 극도의 예민상태 ▲재경험을 피하기 위해 사고를 떠올릴 만한 요소 회피 ▲우울, 피해의식 등 부정적 기분 지속 등이다.
다만 어떤 유형이라도 증상이 위중하고 장기화되는 경향이 있어 초기에 발견해 치료해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연성 PTSD의 경우 언제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어 급성이나 만성보다 대처가 쉽지 않다.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사건으로 인한 위험함을 지속적으로 느끼고 무기력증에 빠지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한림대학교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가족 등 주변인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사건 직후 환자가 덤덤해 보여도 주변에서 꾸준히 심리 정서 상태를 관찰하며 PTSD 증상이 있는지 확인해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PTSD는 화상 등 외상으로 본인의 신체나 가까운 사람 등 실제로 상실한 부분이 있으면 발병 확률이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과거 경험도 중요하다. 평소에 받던 스트레스 정도, 아동기에 겪었던 아픔, 과거 다른 재난이나 사고를 당한 경험 등은 PTSD 발병과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
예방을 위해 초기에 심리적 응급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 사건 직후부터 72시간 내에 안전한 공간으로 이동하고 상담 등을 통해 안정감을 얻으며 심리평가를 받는 것이다.
지연성 PTSD의 치료법은 급성, 만성과 비슷하지만, 증상에 따라 세밀한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대개 약물치료와 안정화 요법, 노출요법, 안구운동 민감소실 및 재처리 요법 같은 정신치료가 시행된다. 증상이 심한 급성기에는 약물로 재경험이나 극도의 예민한 상태를 조절한다. 어느 정도 안정화돼 사고 기억을 다룰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사고 경험자가 현재 자신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느끼게 하는 정신치료 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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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