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원장의 부부상담⑦ 외도로 상처받은 부부-‘외도 가해자’ 편

도움말: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

▲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 
이전 글에서 외도로 상처받은 피해자들의 마음에 대해 알아봤다. 이번에는 외도 가해자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 한다. 외도로 상처받은 부부를 진료실에서 만났을 때 치료가 잘 되는 부부를 보면 외도 가해자가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경우다.


‘내가 많이 잘못했어. 배우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어.’

‘배우자가 좋아지는 데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어.’


반면 어떠한 외도 가해자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분명히 배우자한테 사과했어. 하지만 내 배우자는 사과를 못 받았다고, 내 사과에 진정성이 없다고 해. 여러 번 사과했는데 어떻게 더 잘못했다고 말하라는 거지?’


외도 가해자의 마음속에는 같이 살기로 했으면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얘기해야지, 계속 내 잘못을 파고들기만 한다는 불만이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외도 가해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실은 외도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가해자들은 보통 잘해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한다. 일찍 들어오고, 전화도 자주 하고, 심지어 무릎을 꿇고 사과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외도 피해자인 배우자로부터 내가 아직 뭘 잘못했는지 모른다고만 하니 대체 어떻게 사과를 하라는 것인지 몰라 힘들어한다.

사과를 할 때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사과의 형식이다. ‘내가 당신 몰래 누군가를 만나고 연락을 주고받아서 정말 미안해.’ 이렇게 얘기했을 때 ‘아, 그렇구나. 알겠어. 내가 받아들일게.’ 할 수 있는 피해자는 아무도 없다.


외도 피해자가 진짜 사과받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외도 가해자인 내 배우자가 정말 이 일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구나, 하고 느낄 때이다. 말로는 사과해도 행동이 크게 바뀌지 않거나, 가해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피해자를 도와주려 하고 정작 피해자가 부탁한 것에 대해서는 등한시한다면 잘못했다는 이야기를 신뢰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가 진심으로 잘못했고 후회하고 있는 마음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자를 공감해 주는 마음이다. 사과는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임을 꼭 기억해야 한다.


모든 외도 피해자는 내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를 배우자에게 공감받기를 바란다. 내가 얼마나 슬픈지, 내가 얼마나 비참한지 배우자가 진정으로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만약 가해자인 배우자가 내 마음을 진짜 알아주고 있다고 느낀다면 사과하지 않아도 피해자는 사과받았다고 느낀다.

외도 가해자가 가지고 있어야 할 마음가짐은 외도를 지켜본 배우자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진정으로 알고자 함이다. 아마 잘 알고 있다고, 이 정도로 힘들고 슬프겠지, 하며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배우자는 그것보다 훨씬 더 엉망이 돼있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참한 상태임을 공감해야 한다.


‘나는 당신이 얼마나 아픈지 충분히 잘 알고 있어’ 이 마음이라면 배우자는 진심으로 사과받았다고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당신이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내가 다 알 수 없겠지만 앞으로 이해해 나가려고 많이 노력할게. 최선을 다할게.’ 이러한 자세로 배우자에게 다가가 보자.


외도라는 큰 잘못을 한 가해자라 하더라도 무척 힘들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의 배우자는 나와 비교할 수 없이 큰 상처를 입고 매일 괴로움과 싸운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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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