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감기에 걸렸다"...몸을 따뜻하게 할까? 해열제를 먹을까?

도움말: 배독생기한의원 노윤주 원장

▲ 배독생기한의원 노윤주 원장 
추운 날씨 탓에 감기 환자가 많다. 감기에 걸려 콧물 및 가래와 함께 기침이 나고, 목이 아프고, 근육통이 있고,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고 상상해보자. 이런 상황이라면 해열제를 먹어서 열을 내려야 할까, 몸을 따뜻하게 해서 열을 올려야 할까? 만약 해열제를 먹으며 몸을 따뜻하게 한다면 열을 내리겠다는 걸까, 열을 올리겠다는 걸까?

몸에 냉기(冷氣)가 들면, 몸은 체온을 재설정하는 과정을 통해 체온을 높이게 된다. 몸 내부에서 열을 발생시켜, 냉기를 밖으로 몰아내기 위해서다. 추운 날씨를 따라 전신이 같이 추워지며 손·발·입술이 파랗게 되고, 덜덜 떨지 않기 위해 몸에서 의도적으로 열을 낸다는 의미다.

보통 이 열이 나쁘다고 생각해, 해열제를 먹고 열을 떨어뜨린다. 해열제를 먹고 열이 잠시 내렸다 또 오르면 다시 해열제를 먹어 열을 떨어뜨리고야 만다. 코로나 이후로 사람들은 이마의 열에 더 민감해진 듯 보인다. 하지만 감기로 열이 날 때 열을 내려야 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열을 내려야 하는 첫 번째 상황은 이마 온도가 38도보다 높아질 때다. 이마 온도가 38도보다 높아지면 단백질인 뇌가 열에 손상을 받기 때문에 열을 내려줘야 한다.

그렇다면 38도 이하의 열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마에 열이 오르다가 땀까지 살짝 나면 열이 밖으로 풀리며 이마 열이 떨어진다. 열이 냉기를 밖으로 몰아내며 소통됐다는 의미다. 그러니 미열일 때는 더 따뜻하게 해서 이마에 살짝 열이 나도록 해준다.

아랫배에 핫팩을 대거나, 이불을 덮고 살짝 땀을 내면 된다. 땀이 잘 안 난다면 반신욕을 하면 된다. 반신욕을 하면 냉기로 수축된 피부를 이완시키며 몸을 따뜻하게 할 수 있어 금방 땀을 낼 수 있다. 미열일 때 이런 방법으로 몸에 침입한 냉기를 제거해주면, 몸에서는 체온을 높일 필요가 없어 고열을 예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대변이 막히고 굳어질 때다. 몸 내부에 열이 울체, 즉 막혀있는 상황에서는 장기 온도가 높아지는데, 이를 확인하는 방법은 대소변 상황이다. 몸 안에 열이 울체되면 소변은 양이 줄고 진해지다가 약간 불그스름해진다. 또 위장은 더부룩하고 대변이 굳어져 염소똥처럼 동그랗고 딱딱하게 나오거나, 며칠이 지나도 대변이 나오지 않게 된다.

소변은 물의 변화라 쉽게 변하지만, 대변은 형태의 변화라 대변이 굳어지면 내부 열의 상황이 과도하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열이 울체되면 열이 흩어지지 못하고 가중될 소지가 있으니 이럴 때는 열을 내리고 대변을 열어줘야 한다. 해열제를 먹거나 우유를 잔뜩 마시든지 해서 열을 내려줘야 한다.

그런데 이런 두 가지 상황이 아니어도 해열제에 너무 쉽게 손이 간다. 해열제에 쉽게 손이 가면 어떤 일이 나타날까? 열 때문에 뇌가 손상될까 걱정되면 이마의 열만 내리면 되는데, 해열제는 전신의 열을 내리는 약이다. 추워서 따뜻함이 필요한 사람을 자꾸 춥게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이마 열을 끄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이마에 시원한 수건을 대주는 것이다.

한기(寒氣)가 들어 몸에서 열을 내주고 있다면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 된다. 몸이 따뜻해지면 피부로 감촉된 한기는 외부로 밀려 나가고, 열이 나면서 땀이 나면 한사(寒邪)가 쫓겨 나가는 신호다. 한기가 심하게 들거나, 초기 미열을 잡지 못해 고열이 심할 때 손이 가야 하는 것이 해열제다. 이마 열을 내리는 데는 이마에 냉수건, 위장열을 내리는 데는 우유가 더 정확한 방법이니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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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