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학교병원 제5중환자실(신생아)은 미숙아로 태어난 신생아 환자들이 입원하는 곳이다. 초미숙아인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이들, 선천성 기형을 가진 채 남들과 조금 다르게 태어난 아이들이 재원하는 이곳에서 신생아들은 더 강한 아이로 자라기 위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신생아 중환자실, ‘양육’과 ‘치료’가 함께하는 곳
제5중환자실은 입원치료가 필요한 신생아들이 재원하는 곳이다. 보통 신생아라고 하면 생후 4주 미만의 아이들을 일컫는데, 생후 5주가 되었어도 아직 치료가 필요한 미숙아들이 이곳에서 필요한 모든 치료를 받는다.
경희대학교병원 최용성 제5중환자실장(소아청소년과)은 “일반적으로 태아는 엄마 뱃속에서 40주를 채우고 나오는데, 임신 주수 28주 미만으로 세상에 너무 일찍 나온 아이들은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몸의 모든 기관이 덜 성장한 채로 세상에 나왔기에, 장기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아이들도 잘 자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숙아들은 대부분 1500g 미만으로 태어나는데, 간혹 1000g 미만으로 태어나는 아이들도 있다. 엄마의 자궁에서 태반과 탯줄을 통해 영양을 공급받으며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이 아직 덜 자란 심장과 폐, 위장관, 간 등의 장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 자궁 속 23~25주의 아이들은 자신의 장기를 사용하기보다는 성장시키는 데 집중한다.
최 실장은 “이른둥이들은 아직 몸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탯줄로 숨을 쉬다가 폐로 숨을 쉬어야 하는 상황인데, 마치 전쟁터에 아직 공부해야 할 학생이 학도병으로 끌려 나온 것과 같은 수준의 위험”이라며 “이러한 아이들이 최대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제5중환자실은 엄마의 자궁 환경처럼 온·습도가 유지되는 인큐베이터에서 아이들을 성장시킨다”고 설명했다.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은 양수만 먹던 장도 천천히 바깥 세상에 적응하도록 도와주고, 뇌 역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자연출혈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놓는다. 이른둥이 신생아에게는 밥을 먹이는 일 역시 치료 행위다. 삼킴과 호흡을 동시에 못하는 아이들이, 밥을 먹는 도중 혹여나 호흡이 어려워지지 않도록 의료진이 세심하게 아이들을 터치하기 때문이다. 양육과 치료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1000g 미만 아이가 2.5kg으로 자랄 때
28주 미만으로 태어난 아이들이 40주에 태어난 아이처럼 건강하게 퇴원하기 위해 초미숙아들은 이곳에서 길게는 3~4개월을 입원하기도 한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점점 성장해 체급이 달라지는데, 1000g 미만의 초미숙아가 어느덧 2.5kg으로 성장해 부모님을 만날 수 있는 상태가 될 때 이곳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들은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 김미섭 수간호사는 “신생아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신체 조절 능력이 전혀 없고 늘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몸으로 자신의 상태를 나타내는 것 외에 어떠한 표현도 할 수 없다”며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에게 가장 요구되는 능력이 바로 이러한 ‘캐치(catch)’ 능력인데, 특히 신생아가 중환자인 경우는 다른 병동을 거쳐 오는 게 아니라 사전 정보 없이 바로 이곳에 오게 되므로, 아이의 컨디션에 대해 A부터 Z까지 모두 정확히 알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실장은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진에게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여러 변수에 노출된 신생아들을 건강히 자라게 하는 것은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 유치원에 들어가고 초등학생이 되어 축구부에서 공을 찬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매우 뿌듯하다”고 전했다.
작은 아이들을 크게 키우기 위해, 이곳 경희대병원 제5중환자실 의료진들은 오늘도 아이들을 보살피며 건강히 자라도록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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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숙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