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다중밀집 시 인명피해와 군중눌림 피해 예방

도움말: 한림대학교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

▲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 
지난달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할로윈 행사로 모인 군중들에게 군중눌림에 의한 인명피해가 발생해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다.


군중들이 몰려 생기는 압사 혹은 군중눌림 인명피해는 그간 국내외에서 벌어져 왔음에도 국내에서는 주목을 받지 못한 재난의 형태다. 관련 종사자들도 그 예방과 대응에 익숙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 그 사고 사례와 원리들을 살펴보고 향후 이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 모두 어느 정도의 지식과 마음가짐을 갖추고 있으면 한다.

사람이 일정 공간에 정도 이상으로 많이 있게 되면 주위의 다른 사람에 의한 압력을 받게 된다. 이는 벽돌이 위아래로 쌓여 있을 때 벽돌 하나가 다른 벽돌의 무게에 의해 압력을 받는 것과 비교되며 이 상황을 Crowd Packing이라 한다.

이 상황에서 쌓인 벽돌을 하나씩 내려놓는 것은 몰린 사람들이 조금씩 흩어지고 군중 밀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비교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모여드는 군중이 통제되고 확보된 출구로 군중들이 천천히 질서 있게 빠져나갈 수 있다면 군중눌림 피해는 이론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사례들은 통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군중들이 밀도가 높은 인파 쪽으로 몰려들기도 하고(Crowd Surge), 경사가 지거나 위아래로 군중들이 포개져서 밀집된 대열이 무너지며 깔리기도 한다(Crowd Collapse).

밀집된 군중들을 어느 정도 높이가 있는 곳에서 내려다보면 파도나 조류와 같은 흐름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도 막혀서 회오리치거나 불규칙해지면 군중들이 불규칙하게 밀리게 되며 위험해질 수 있다(Crowd Turbulance). 이는 장애물이나 다른 군중 흐름과의 충돌로 야기될 수 있어 관리자는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현장과 그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

이러한 군중눌림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높은 군중 밀집도를 예측·감지·방지하는 군중 관리 지침과 과정이 필수적이다. 보통은 행사가 예고, 신청되면 그를 분석해 적절한 대응관리가 이뤄지게 되지만 어떤 경우 자발적인 군중 모임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경기장 내외에서의 밀집된 군중에 대비를 반복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성적이 4강까지 가는 와중에 예상하지 못한 전국 각지의 거리응원이라는 자발적 군중 모임이 생겼던 것이다. 그 군중 모임의 규모는 경기장보다 훨씬 대규모였음을 기억해야 한다.

개인 수준에서의 군중 눌림 사고 대처도 알아두는 게 좋다. 일단 해당 지역 구조를 미리 파악하면 위급상황 시 동선에 도움이 되나, 어느 수준 이상이 되면 전혀 이동이 불가할 수도 있다.

앞으로 팔을 굽히고 구부려 호흡할 수 있는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자세는 심한 압박 이전에는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압사 사고가 일어날 정도면 몇 톤 정도의 구조물이 누르는 것과 비슷한 효과라 개인의 자세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체를 높게 위치하도록 하고 팔짱을 끼고 푹신한 물건을 가슴 앞에 완충 역할로 놓는 등 외상성 질식사를 최대한 예방하는 것이 개인이 압사까지 가는 위기의 시간에서 치명적 상황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다.

군중 모임도 그 위험요소 측면에서 보면 이동 성격의 모임, 술과 과격 행동이 있는 모임, 흥분하기 쉬운 모임, 좁은 공간에서의 모임, 경사지거나 계단이 있는 이동 동선의 모임, 진입진출로가 적거나 좁은 모임 등은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이태원에서의 참혹한 사고를 거울삼아 사람들의 다중밀집 자체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군중눌림 피해에 대한 원리와 지식을 공유해 비슷한 사고의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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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