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트라우마, 전 국민에게 남을 수 있다"...영상·사진 멀리해야

▲ 사진=헬스위크

#A씨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사건 뉴스를 본 이후로 우울감이 가시질 않는다. SNS에는 사고 영상이 계속 공유되고, 주변에서도 사건에 대한 말들로 떠들썩해, 생각을 떨치려 해도 의도치 않게 소식을 접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A씨는 불안감으로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 것은 물론, 우연히 뉴스를 접할 때면 눈물이 나기까지 한다.

참사 뉴스를 본 이후 우울한 기분이 오래 이어지면 트라우마가 유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트라우마란 사고, 폭행, 자연재해, 질병 등으로 인한 심한 감정적 충격이 심신에 지속적인 영향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참사 뉴스를 접한 뒤부터 일상생활에 방해가 될 정도의 고통, 불안, 공포를 느끼고 불면증, 무기력증을 겪는다면 트라우마의 위험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트라우마는 피해 발생 후 수년 뒤 나타나기도 해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편이 좋다. 전문가들은 지난 29일 밤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가 전 국민에게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다며 대규모의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라우마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여러 가지 정신 장애로 진행될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신재현 대표원장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심리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을 접한 후 생기는 과잉각성, 재경험, 회피 등 삶 전반에서 나타나는 심리적, 행동적인 병적 변화가 나타날 때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리적 트라우마를 겪은 후 반복적으로 뉴스나 영상을 접할 경우 심리적 충격과, 기억에 저장되는 트라우마의 이미지가 더욱 견고해지게 된다”며 “이 경우 잦은 사건 이미지의 침투나 회상, 재경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한 여러 각성 증상들이 나타나며, 트라우마로부터의 치유를 늦어지게 한다”고 우려했다.


▲ 사진=헬스위크 

사고 직후 각종 매체에서는 참혹한 사고 현장의 영상과 사진 등이 무분별하게 공유되며 희생자에 대한 비난 글도 더해져 피해가 번지고 있다. 사고 관련 영상과 사진 등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현장에 없던 사람이라도 트라우마가 유발될 수 있다.

따라서 SNS에서는 자극적인 게시글 공유를 중단해야 하고, 모두가 SNS 활동에 있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아울러 불의의 사고를 겪은 고인과 유가족을 위해 비난이 아닌 위로로써 유가족의 회복을 도와야 한다.

국민의 트라우마 우려에 대해 신 원장은 “자극적인 영상과 뉴스와는 다소 거리를 두는 편이 좋겠다”며 “트라우마의 회복에 있어서 중요한 건 기존의 생활 루틴을 잘 유지하는 것이니, 일상 리듬을 잃고 집에서만 지내며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국가에서는 피해자와 관련자들의 심리적, 물리적 외상을 치료할 방안들도 마련돼야 하며,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나 영상을 송출하는 매체에 대해 자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만약 사고 현장과 비슷한 좁은 골목을 보면 두렵거나, 사람이 많은 장소를 가면 불안하거나, 무기력하고 우울한 증상 등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이태원 참사로 불안, 우울 등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정신건강위기상담전화(1577-0199)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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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