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선릉숲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
먼저 부부치료는 반드시 부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로는 ‘Couples therapy’라고 해, 결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커플은 치료의 대상이 된다. 심지어 반드시 남성과 여성 커플에 매여있는 것도 아니며, 소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모든 커플을 대상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이 이 치료다.
부부치료를 받는 대상이 아주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는 부부들에게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실제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만날 수 있는 경우는 외도문제를 겪은 부부인데, 외도는 결혼생활에서 생길 수 있는 가장 힘든 문제 중 하나다.
하지만 외도뿐 아니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사소한 문제, 예를 들어 왜 늦게 들어오느냐, 육아는 왜 참여하지 않느냐, 집안일은 나만 하냐 등의 주제도 얼마든지 치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단순하다고 치부해버린 이런 문제들이 실은 단순한 것이 아닌, 시간이 지나 관계를 위협할 수 있는 큰 문제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태의 경중보다는 부부가 얼마나 많이 불편하고 얼마나 많이 좋아지고 싶은지가 가장 중요하다. 즉, 우리의 관계가 이전보다 더 좋아지기를 원하는 모든 부분은 부부치료의 대상이 된다.
일반 정신과 면담과 부부치료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보통의 면담은 한 명의 내담자가 진료실에 들어오지만, 부부치료는 두 명의 내담자가 진료실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두 명의 내담자가 들어오는 것에서 이 치료가 특별해지는데, 바로 ‘관계’라는 것이 이 진료실에 함께 따라 들어오기 때문이다. 부부치료에서 치료하는 대상은 엄밀히 말하면 남편도 아내도 아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다루고 이를 치료해 나가는 것이다.
부부치료를 처음 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라 당황하는 이들이 많다. 처음에 내원하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유롭게 하라고 요청한다. 치료자가 질문한 그대로 답변하면 내담자는 편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 시간이 치료자의 시간이 돼버린다. 중요한 것은 찾아온 부부의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함께 찾아내 이를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다. 부부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야 하며, 그런 것들을 충분히 이해한 뒤에 치료 방향을 그때 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 모두 부부치료를 원해서 이곳에 오는 것은 흔치 않다. 대부분 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치료를 시작하고, 다른 한 사람은 마치 끌려오듯이 치료실을 찾는 경우가 흔하다. 보통은 관계를 손상한 책임이 있는 쪽이 억지로 끌려오며 치료에 꽤 소극적인 경우가 많다.
꼭 알려주고 싶은 점은 이 부부치료가 누군가의 잘못을 낱낱이 밝히고 판단하고 심지어 야단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치료자가 관심을 두는 것은 오직 두 사람의 회복이다. 이를 위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들어야겠지만, 이는 부부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함이지 잘못을 밝히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부부치료를 오길 희망하는 바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부부치료가 활성화돼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까지도 부부 갈등은 칼로 물 베기와 같은 것으로 생각해, 결혼생활 중의 당연한 과정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가랑비라도 오랫동안 맞으면 몸이 젖어버리는 것처럼, 반복되는 갈등이 오랫동안 쌓이면 마음도 깊게 젖어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도움이 필요한 모든 커플은 적극적으로 도움받고 치료받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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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