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수술 후 엎드려 있어야 한다고요?"...망막박리 환자의 고충

도움말: 서울퍼시픽안과의원 조준희 대표원장

#아침에 눈을 뜨니 갑자기 한쪽 눈이 안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 A씨. 급하게 안과를 방문한 결과, 수술이 필요한 병이며 수술 후 최소 일주일은 고개를 숙이고 엎드리고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는다. A씨는 수술 후 계속 엎드려 지내는 탓에 허리 통증과 소화불량을 호소했고, 얼굴도 계속 부어 너무 힘든 한 주를 보낸다. 증상의 시작은 이러했다. A씨는 어릴 때부터 두꺼운 안경을 착용했는데, 어느 날 날파리 같은 것이 보이기 보이기 시작했다. 이 증상은 점점 자주 나타났고, 어두운 곳에서 반짝거리는 불빛이 보이는 증상도 동반됐다. 이후 며칠 동안 눈 한쪽이 가려진 것처럼 보였으나 일이 바빠 안과를 방문하지 못했고, 하루아침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급하게 안과를 찾게 된 것이다.

위의 사례는 ‘망막박리’라는 질환을 겪은 환자의 전형적인 이야기다. 비교적 빠르게 진행하는 증상과 수술 후 엎드려 있어야 하는 고역까지 겪는 망막박리, 어떤 병인지 자세히 알아보자.

눈 속에는 망막이라는 얇은 신경층이 존재한다. 이 망막에서 빛을 감지해 외부의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망막층이 일부 찢어지면서 구멍이 생기는 망막열공이 발생한다. 그리고 눈 속을 채우고 있는 액화된 유리체가 망막의 구멍을 통해 망막 아래로 흘러 들어가게 된다. 이때 망막이 제자리에서 분리되는 것을 망막박리라고 한다.


망막박리가 시작될 때 눈앞에 벌레가 있는 듯한 비문증이나 번쩍거리는 불빛이 보이는 광시증 등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망막박리가 중심부를 침범하기 전까지는 시야의 일부분이 커튼 쳐진 것처럼 가려진 채 보이다가, 가운데까지 진행하게 되면 시력이 급격히 저하된다.

망막박리를 방치하면 실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진단을 받으면 되도록 빠르게 수술하는 편이 예후에 좋다.


수술은 먼저, 눈 속을 채우고 있는 젤리 같은 성분인 유리체를 제거한다. 그리고 망막에 구멍이 난 부위, 즉 망막열공 주위에 레이저를 조사한다. 이후 눈 안에 가스를 주입해 망막이 재유착될 수 있도록 회복 시간을 제공한다. 가스는 물보다 비중이 작아 위로 뜨려는 성질이 있어 눈을 아래로 보는 자세를 취해야만 가스가 박리된 망막에 닿아 재유착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환자는 며칠간 눈을 아래로 보는 자세를 지속적으로 취해야 해, 수술 후 매우 힘든 경험이 된다.

망막박리는 정기적인 검진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찢어진 망막을 조기에 발견할 경우 간단한 레이저 치료로 예방 가능하다. 따라서 노년층이거나 아토피, 고도근시, 비문증 등을 겪는 망막박리 위험군은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해야 한다.


또한 평소와 다르게 비문증이 많아지거나, 번쩍이는 증상이 나타난다면 안과에 내원해 망막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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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