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에 부는 '건강한 달콤함'...과연 가능할까?

▲ 클럼지 베이커리 김준 대표 

팬데믹 이후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기농과 비건 바람이 불고 있다. 단순히 식사뿐만 아니라 식후에 즐기는 디저트를 통해서도 재료의 성분이나 무첨가 등을 확인하며 ‘건강한 달콤함’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열량이 높을 수밖에 없는 디저트 특성상 ‘과연 건강한 달콤함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디저트의 영양학적 관점에 대해 파티셰인 클럼지 베이커리 김준 대표에게 물어봤다. 삼각지역 클럼지 베이커리는 진하고 강렬한 풍미의 영미식 디저트를 선보이는 제과점이다. 김 대표는 신세계백화점 식품 바이어를 거쳐, 현재 클럼지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

Q. 팬데믹 이후, 소비자가 디저트를 고르는 트렌드가 어떻게 바뀌었다고 느끼나?
A. 개인적인 가치의 지향점에 맞는 세분화된 디저트가 많아졌다고 느낀다. 이를테면 비건과 키토 다이어트에 적합한 제품들이 눈에 띈다. 또 팬데믹 이후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면서, 북촌의 ‘런던 베이글 뮤지엄 베이커리’와 같이 대중적 품질을 기반으로 해외 감성을 느낄 수 있게 브랜딩 한 제품들이 인기를 얻는 것 같다.

Q. 케이크와 쿠키가 우리 일상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나?
A. 스트레스와 걱정거리가 가득한 일상 속에서 달콤한 케이크와 쿠키는 하나의 피난처 또는 안식처가 된다고 생각한다. 지친 하루를 마치고 디저트로 한입 가득 채웠을 때의 심리적 만족감과 짜릿함은 케이크와 쿠키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행복일 것이다.

Q. 과자류는 식사 대용으로 괜찮은가?
A. 제과점을 운영하는 입장이지만 단언컨대 과자류는 훌륭한 식사가 될 수 없다. 열량 섭취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적은 양으로도 높은 에너지를 낼 수 있겠지만, 영양학적으로는 당류에 치우친 불균형한 식사를 하게 될 것이다.

Q. 다이어트 중 디저트 선택에 주의할 부분은?
A. 체중 감량에 있어 운동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식단 조절이다. 다이어트 중에 먹어도 좋은 디저트는 없다. 다이어트 중 조심해야 할 디저트만 있을 뿐이다. 흔히 당질 섭취를 제한하는 키토식 디저트가 그렇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 열량이 낮을 것 같지만 지방함량이 높은 아몬드 가루, 버터 등이 주요 성분이기 때문에 열량이 매우 높다. 따라서 엄격하게 키토 다이어트를 하지 않고 평상시 탄수화물을 섭취하는 일반 소비자라면 키토식 디저트는 소량 섭취하는 것이 좋다.


▲ 사진=클럼지 베이커리 전경


Q. 소화불량 때문에 빵을 잘 못 먹는 사람에게는 어떤 디저트가 좋을까?
A. 의학적으로 밀가루 관련 제품을 못 먹는 경우를 살펴봐야 한다. 글루텐에 민감하게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셀리악병은 국내에서 통계학적으로 매우 적은 편에 속한다. 이 경우가 아니라면 ‘글루텐-프리’ 제품이 특별히 소화에 도움을 주진 않는다. 오히려 글루텐은 쫀득한 식감을 내, 맛을 더 끌어올려주는 역할도 한다.

충분한 발효 없이 만든 빵을 먹었을 경우 속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 공장식으로 찍어낸 빵보다는 발효시간을 적절히 분배해 만든 빵을 추천한다.

Q. 디저트를 조금 더 건강하게 즐기는 방법은?
A. 심리적 만족감이 큰 디저트를 비교적 적게 섭취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디저트를 먹는 목적을 생각했을 때, 건강을 생각한다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제품을 먹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다. 건강에 덜 ‘나쁜’ 디저트는 있을지 몰라도, 더 ‘건강한’ 디저트는 없다고 생각한다. 건강한 디저트라는 마케팅 용어에 현혹되지 않고 영양성분을 잘 확인해서 구매하기 바란다. 가장 실천하기 쉬운 방법은 마트나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있는 양산형 과자나 빵을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나쁜 식물성 기름인 팜유의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좋다.

Q. 디저트에 대한 철학이 있다면?
A.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자’라는 신념으로 베이커리를 운영하고 있다. 건강만을 생각해서 맛에 필수적인 요소들을 많이 줄여 나간다면 결과적으로 덜 만족스러운 디저트가 될 것이다. 스트레스 역시 만병의 근원이기 때문에 이런 스트레스를 잠깐이나마 잊게 만드는 케이크와 쿠키를 만들고 싶다.


개인적으로 제품을 만들 때 백설탕보다 미네랄 함량 등이 높은 유기농 황설탕도 쓰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식감과 맛을 위해서다. 유기농이라고 해서 혹은 정제가 덜 됐다고 해서 영양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원재료에 충실하면서 소량만 먹어도 깊고 진한 맛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꾸준히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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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