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지겹이 않니, 주부 노릇이?’(권행 지음·북램 펴냄)는 전직 주부인 저자가 먼 유년의 기억부터 코로나19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소소한 순간과 감정을 포착해 재기발랄한 문체로 지면에 옮긴 에세이다.
거침없는 입담과 사람을 향한 애정을 담은 이 책은 저자가 30년 전 신혼 시절에 만난 동네 골목 이웃과 풍경, 매일매일 수십 년간 밥상을 차리다가 불화가 생긴 노부부 등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었거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를 애정과 관심으로 섬세하게 그려낸 점이 특징이다.
이 책의 부제는 ‘인생, 뭐 재미있는 거 없나 기웃거리는 여자’다. 부제에는 주변과 이웃, 즉 사람을 향한 작가의 관심과 따뜻한 시선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재기발랄한 문체로 지난날과 현재를 아우르며 쉴 새 없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는 말 그대로 ‘일상 참견쟁이’ 그 자체다.
우리는 서로와 접점이 점점 적어지는 시대, 이유가 없으면 무관심한 것이 당연해진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주어진 선을 넘지 않아 폐 끼칠 일은 없지만 온기와 정을 주고받는 일도 동시에 줄어드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일상을 뒤적이고 사람을 향한 관심을 보이는 작가의 모습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가 잊고 지냈던 사람 간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에세이를 읽는다는 건 타인의 눈에 비친 세상, 남과 다른 시선 끝에서 만들어진 언어와 만나는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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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