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말: 김미양 (사)시니어벤처협회 생애설계센터 센터장
이번 봄은 유난히 따뜻하고 화사하게 다가왔다. 코로나19에 황사마저 심하기 때문에 여전히 마스크는 써야 하지만 눈에 보이는 봄꽃들로 마음이 즐겁다. 이제는 혼자 지내는 시간에 익숙해졌고 생활 패턴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
꼭 만나야 일이 되는 줄 알았는데 컴퓨터만 있으면 어디든 강의장이 됐고, 덕분에 혼자 등산을 하거나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는 등 나름대로 생활의 지혜가 생겨 그런대로 지낼 만하다.
정부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만나다 보니 꼭 만나야 할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게 돼 나름 의미있다. 돌이켜 지난 1년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그래도 될 사람이었다는 반증이라는 생각을 하니 만나자고 연락 주신 분들이 소중하다.
이런 중에 오랜 시간 교사로 재직하고 교장으로 퇴임하는 분을 뵈었는데 ‘퇴직을 앞두고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50대 이후에 여러 가지 이유로 일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더욱 이해가 됐다.
평생 한 직장에서 일하고 퇴직하면 안정된 노후를 보내게 될 줄 알았으나, 정년퇴직 이후에도 남은 인생이 길다. 그러니 구조조정으로 인한 퇴직을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고통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고통스럽다고 외면할 수도 없는 일.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위기를 기회로 맞을 것인가? ‘알아야 힘’이라고 했으니 험난한 재취업의 시장에서 성공하는 길을 한번 만들어 보자.
하나금융그룹 ‘100년 행복연구센터’는 지난 2019년 서울 및 5대 광역시 거주자 중 생애 주된 직장에서 물러난 국민연금 수급 이전인 50대 이상 퇴직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퇴직자 중 55.1%는 재취업(37.2%)이나 창업(18.9%)을 통해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취업자 중 64.8%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재취업에 성공한 이들이 취업에 필요했던 기간은 평균 11.2개월이며, 동종업계로 취업한 비율은 35.2%였다. 그들은 재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눈높이를 낮추고 인맥을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창업은 도소매업종이 가장 많았고 이어서 교육, 음식점, 부동산임대업 순이었으며, 창업자금은 보유금융자산이 62.6%, 퇴직금 45.8%, 대출이 37.4%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취업을 한 퇴직자들의 79.3%가 1년 이내에 취업에 성공했으며 2년 이내에 취업실패 시 재취업 성공률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 재취업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2년 이내에 해야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직 시 어려운 점으로 ‘나이에 맞는 직업이 한정적’이라는 답변은 78%, ‘나이 때문에 사업장에서 꺼려한다’는 62.4%로 중복응답해, 나이로 인한 재취업이 녹록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기존 경력을 활용한 재취업은 물론 생애 주된 직장과 다른 이종 재취업도 쉽지 않았다는 것이 응답자들의 공통 얘기였다.
재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눈높이를 낮추고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경력관리를 할 것과 지인에게 일자리 소개를 부탁할 것’을 성공비결로 꼽았다.
중장년퇴직자의 재취업 직종 선정에 ‘경력연계’가 중요한 요소임을 많은 선행연구 결과들은 보여주고 있다. 중·장년 퇴직자들은 자신의 경력을 활용하는 직업을 선호하고 과거 경력과 다른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연관성 있는 직업을 선택하며, 자신의 취미나 흥미를 활용할 수 있는 직업에 관심이 높고 안정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자신의 경력 및 취미, 흥미, 가치관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퇴직 이전에 ‘전직 지원서비스’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함을 시사한다고 할 수 있으며, 퇴직 전 ‘전직 컨설팅’을 받아 경력관리를 하고 인맥을 활용한다면 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곧 퇴임하실 교장 선생님께 드렸던 조언은 “하셨던 일을 연계할 수 있고 사회에 기여 할 수 있는 일을 하신다면 더욱 좋지 않을까요?”였다. “체육교사였던 전공을 살릴 수 있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놀이지도자자격증을 취득해 방과후에 봉사도 하시고 소일하시면 어떠신가?”에 대해 ‘긍정적으로 수용해 보신다’고 답했다.
이제 온 산에 꽃들이 지천일 것이다. 그렇게 다 때가 있는 것이다. 추운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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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이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