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안전하고 빠르게 집단면역으로 가는 길

도움말: 이철우 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 이철우 국제백신연구소 책임연구원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도 계속되는 재조정을 거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민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끝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코로나19에 대한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다. 


정부도 오는 11월까지 집단면역 형성을 목표로 범부처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을 발족시킴과 동시에 세부적인 예방접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신속하고 안전한 예방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3V가 반드시 필요하다. 

첫 번째 V는 바로 백신(Vaccine)이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자 다국적 제약회사들은 각자의 백신 기술을 적용해 백신 후보물질들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최소 수 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었던 백신 개발 기간을 1년 미만으로 단축시켰다.


이러한 백신들은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70%에서 높게는 95%까지 이르는 우수한 효능을 입증했으며, 단기적인 안전성에 있어서도 기존에 사용돼온 다른 백신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미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는 몇몇 백신들이 긴급사용승인을 받아 고위험군 인구를 대상으로 접종하기 시작했으며, 우리 정부도 최대 7600만명 분의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했다고 발표한바 있다. 

국내에서 접종될 백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5개 제조사로부터 총 6600만명 분이 확보될 예정이고 이에 더해 코백스(COVAX)라는 코로나19 백신 구매·분배를 위한 다국적 연합체를 통해 1000만명 분의 백신이 추가로 공급될 예정이다.


이와 같이 복수의 제조사들로부터 백신을 확보한 이유는 안전성 이슈 혹은 생산과정에서의 품질문제가 발생할 경우 접종이 지연될 수 있는 위험을 가급적 분산시키기 위함이다. 또한 국내 도입이 예정된 백신들 중 몇 개는 국내 위탁생산도 함께 추진되고 있어 필요 시 백신 추가물량을 확보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V는 바로 백신 접종인력(Vaccinator) 및 접종시스템 (Vaccination System)이다. 백신은 제조사를 떠나는 시점에서부터 유통 및 보관되는 전 과정에서 백신마다의 고유한 특성이 고려된 적정 온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해당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점에 유념해 정부로서도 냉동시설을 필요로 하는 백신들과 냉장시설만으로도 유통·보관이 가능한 백신들의 접종 장소를 구분함으로써 현장에서의 혼선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예방접종이 진행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예방접종의 접근성도 고려해 충분한 수의 접종장소도 확보해 예방접종 사각지대 없이 대다수의 국민이 먼 거리 이동없이 접종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적인 준비 외에도 접종 대상자들의 접종기관 방문시 대기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접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예방접종 사전 안내 및 예약시스템도 준비 중에 있다. 마지막으로 접종 장소에 도착한 백신이 접종되려면 숙련된 의료인력도 필요하고, 예방접종 후 이상 반응을 추적할 수 있는 감시체계도 마련되어야 한다. 백신구매 뿐만 아니라 예방접종 과정에 투입되어야 할 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뜻이다. 체계적인 예방접종 시스템이 먼저 구축돼 있어야 효율적인 대규모 접종 캠페인도 가능한 것이다.  

집단면역 형성을 위해 필요한 마지막 V는 피접종자(Vaccinee)이다.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인구의 약 70%정도가 예방접종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곧 아무리 우수한 백신이 확보됐고 예방접종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하더라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으면 집단면역은 형성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즉, 방역과 마찬가지로 백신 접종에 있어서도 전 국민적 동참은 필수적이며 이를 통해 예방접종의 사회적 효과가 극대화돼야 한다. 예방접종 안전성에 대한 불안감은 일각에서 당연히 제기될 수 있고, 개인이 백신의 종류에 대한 선택권이 없다는 측면에서 접종에 대한 망설임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났다고 해서 이것이 곧 백신과의 인과관계가 성립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용법·용량에 맞게 백신을 접종했다 하더라도 대상자의 특성이나 백신의 특성에 따라 약물 이상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예방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날 경우 개별적으로 중증도 및 인과성에 대한 평가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우리 보다 앞서 접종을 시작한 외국의 안전성 사례들을 살펴봐도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데, 해당 국가의 보건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과의 뚜렷한 인과성은 찾을 수 없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렇듯 코로나19 예방접종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정부는 접종 후 나타날 수 있는 이상반응에 대한 정보를 누구나 신속하고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제공함으로써 백신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만 국민들의 자발적인 접종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대규모 예방접종 캠페인이 시작되면 분명 예측하지 못했던 이상반응들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이상반응에 대한 해외 사례들을 분석해 향후 철저한 역학조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정부는 만일 국내에서 안전성 이슈가 발생한다면 이것이 우리 국민들의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면밀히 분석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해 나가면서도, 지나친 편견이나 잘못된 정보는 신속히 바로 잡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국가예방접종 지원사업 덕분에 이미 예방접종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고, 필수접종 백신에 대한 접종률 또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있어서도 국민들의 마스크 착용과 같은 생활 속 방역수칙에 대한 참여율 또한 매우 높은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대대적인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철저히 준비하고, 이것이 국민들의 적극적인 접종으로 이어진다면 연내 집단면역은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우리의 잃어버린 일상을 조금씩 되찾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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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재회 기자 다른기사보기